‘좀 전에 통화하지 않으셨나요.’
전국에서 운영하는 대리운전업체의 번호 1,400개 가량이 한 업체의 중복 번호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대부분 영세업체로 알려진 대리운전업체와 대리운전자가 형성한 시장 규모는 올해 2조원 후반대로 추정됐다.
9일 한국교통안전공단과 네오알앤에스가 정부로부터 의뢰받아 4월 완료한 ‘대리운전 실태조사 및 정책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케이티씨에스에서 대리운전으로 분류된 전화번호는 4,450건이다. 이를 동일한 상호명 등 중복업체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집계한 결과 업체수는 3,058곳으로 감소했다. 1,400개 번호가 중복번호라는 얘기다.
중복번호처럼 그동안 대리운전 시장은 일상생활에 친숙한 시장이지만, 공식통계가 부족한 실정이었다. 1981년부터 업소의 서비스로 시작된 대리운전은 시장 규모는 급속도로 커졌지만, 자영업자 특성이 강한데다 제도화 밖에 있었기 때문이다. 일례로 대리운전법은 2003년부터 20대 국회까지 10건 발의됐는데, 9건이 자동폐기됐다.
이 때문에 이번 보고서는 대리운전의 시장 규모를 수치화한 형태로 추정한 데 의미가 있다. 2013년만하더라도 업체 3,840곳, 운전자 약 8만7,000명이었던 대리운전 시장은 IT 기술 발달이 ‘트리거(방아쇠·일을 촉진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상징적인 사건은 2016년 6월 카카오모빌리티가 플랫폼을 통해 대리운전자와 이용자를 직접 연결하는 방식을 선보인 것이다.
보고서는 올해는 국내 대리운전사 수가 16만4,000명으로 2013년 대비 두 배 가량 늘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들은 1인당 하루 평균 5.4회 운행하고 1개월 평균 21.7일을 근무했다. 1회 평균이용요금을 대리운전 기본요금 1만2,000원으로 가정해 올해 대리운전 시장 규모를 2조7,672억원으로 추산했다. 2013년 추정치(1조~3조원)의 최소값보다는 두 배 이상 성장한 수치다.
대리운전업체는 다른 업권과 달리 ‘연합업체’로 운영되는 특성을 보였다. 연합이란 업체간에 고객 콜 정보를 공유하는 형태다. 보고서가 95개 업체를 대상으로 실태를 조사한 결과 31.6%가 최소 2곳 참여에서 최대 14곳 참여의 연합을 결성했다. 또 업체의 소속 대리운전자 수는 ‘100명 이상’이 46.3%로 가장 많았다. 보고서는 “대리운전업체와 운전자는 수수료, 보험가입, 운전자에 대한 제제에서 서로 인식이 달랐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민간단체와 정부를 통한 시장 정비, 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양종곤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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