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입주를 마친 새 아파트부터 50년 된 아파트까지, 서울 곳곳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아파트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습니다. 언제 지어진 아파트든 간에 지어질 당시에 만큼은 동원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건축 기술과 그 시대 대중들이 선망하던 집에 대한 환상을 담은 공간이었을 것입니다. 이번 <부동산TMI>에서는 아파트 브랜드의 도입부터 지하 주차장의 탄생, 가장 최근 들어서는 조식서비스까지, ‘국내 최초’ 타이틀을 단 아파트들을 통해 아파트, 나아가 대한민국 주거의 트렌드를 살펴보겠습니다.
◇1세대 아파트부터 4세대까지…아파트에도 ‘유행’이 있다
=시대별 아파트의 분류는 나누는 주체에 따라 조금씩 다릅니다. 그 중 가장 알려진 분류법은 1980년대를 1세대, 1990년대를 2세대, 2000년대를 3세대 그리고 현재 4세대 아파트로 분류하는 법입니다. 1980년대 1세대 아파트는 5층 정도의 저층이 특징입니다. 당시의 기술력으로는 지금처럼 고층 아파트를 짓기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단독 주택 위주였던 우리나라 거주문화가 아파트 중심으로 바뀐, 중요한 시기입니다. 90년대 2세대 아파트는 분당과 일산, 산본, 중동, 평촌 등의 1기 신도시 아파트가 대표적입니다. 15층 내외로 높아졌고 3베이나 4베이, 안방 화장실 등이 등장하기 시작한 시대입니다. 2000년대 3세대 아파트의 등장시기에는 중요한 사건이 발생합니다. 바로 ‘분양가 자율화’입니다. 더 높은 분양가, 더 고급스러운 아파트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 시기에는 이른바 ‘브랜드 아파트’가 처음으로 등장했고 지상에 차가 없는 아파트가 일반화 됐습니다. 또한 2005년 ‘발코니 확장 허용’이라는 중요한 변곡점을 기점으로 발코니 확장이 일반화하고 다양한 평면이 개발됩니다. 최근 입주하는 4세대 아파트의 특징은 커뮤니티 시설의 강화입니다. 게스트하우스부터 도서관, 키즈클럽, 헬스클럽, 골프장 심지어는 조식서비스까지 제공하면서 아파트가 단순한 거주가 아닌 라이프 스타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국내 최초 지하주차장은 ‘올림픽선수촌 아파트’
= 국내에서 최초로 지하주차장을 설치한 아파트는 1988년 준공한 올림픽선수촌 아파트 입니다. 지하까지 자연 채광이 가능하도록 천창을 내는 등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설계를 선보였습니다. 하지만 그 시절 아파트 지하주차장은 지금의 ‘차 없는 아파트’와는 많이 다른 모습입니다. 당시의 지하주차장이 말 그대로 지하에 주차장을 마련한 것이라면 지금은 자동차 동선을 전면 지하화하고, 지하에서 각 동으로 바로 올라갈 수 있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이른바 ‘차 없는 아파트’인데요, 이를 처음으로 시도해 전면에 내세운 단지는 서울이 아닌 용인에 있습니다. 바로 2001년 입주한 용인시 구성1·2차 동일하이빌이 그 주인공입니다.
3세대 아파트의 또 다른 특징인 ‘브랜드 아파트’는 어디에서 시작했을까요? 비슷한 시기에 브랜드를 선보인 건설사들이 여러 곳이라 의견이 분분하긴 합니다만, 국내 최초의 아파트 브랜드는 대림산업의 ‘e편한세상’입니다. e편한세상이라는 이름을 달고 세상에 처음으로 선보인 단지 역시 용인에 있습니다. 2000년 3월 용인 보정동에서 분양한 ‘보정대림e편한세상’입니다. 삼성물산의 ‘래미안’, GS건설의 ‘자이’ 같은 대중에게 익숙한 아파트 이름이 이때 우후죽순으로 생겨났습니다. 최근에는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디 에이치’나 ‘아크로’ 같은 하이엔드 브랜드까지 등장하고 있죠.
◇스카이 브릿지·조식서비스 1호 아파트는?
=요새 고급 아파트 단지의 상징으로 떠오른 ‘스카이 브릿지’를 처음으로 도입한 단지는 어디일까요? 최초의 스카이 브릿지 아파트도 서울이 아닌 부산에 있습니다. 풍림산업이 2012년 부산 수영구 남천동에 분양한 ‘엑슬루타워’가 그곳입니다. 엑슬루타워는 두 개 동으로 구성돼 있고 스카이 브릿지는 두 동의 34층을 연결합니다. 면적은 115.6㎡로 연결 통로이자 전망대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이 스카이 브릿지에 인피니티 풀을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단지들도 나오고 있죠.
최근에는 호텔식 컨시어지 서비스를 내세운 아파트들이 대세로 굳어진 듯 합니다. 대표적인 서비스가 바로 조식서비스인데요, 국내 최초로 조식 서비스를 도입한 단지는 2017년 준공된 성수동 트리마제입니다. 이후 서울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 반포리체, 반포래미안퍼스티지, 강남구 래미안대치팰리스 등도 조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서울 강남권 고가 아파트의 전유물로만 여겨지던 조식 서비스는 최근 광주, 대구, 세종 등 지방 신축 아파트로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다 같은 성냥갑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아파트에도 참 많은 변화가 있었네요.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이 일반화할 미래에는 어떤 아파트가 등장해 사람들의 삶을 바꿔 놓을지 궁금해집니다. /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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