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처럼 금리가 낮은 수준일 때 어떤 수단을 활용해 실물경제를 유도할 수 있느냐 정책 수단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있다.”
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주열 총재는 최근 창립 70주년 기념 EBS 다큐멘터리에 출연해 뉴노멀(New normal) 시대의 중앙은행 역할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같이 밝혔다. 경제의 뉴노멀은 낮은 성장률과 낮은 물가상승률이 지속되고 장기간 저금리가 이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뉴노멀 시대에서는 금리 조절을 통한 전통적 통화정책 뿐 아니라 보다 적극적인 통화정책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10년 전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현상이지만, 모든 나라 중앙은행이 똑같이 직면해 있는 과제”라며 “결국 중앙은행이 어떻게 해야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확보할 수 있을 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상승)에 초점을 맞춘 기존 물가안정목표제에 대해서도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을 우려하는 현 상황에 맞춰 수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물가안정목표제는 중앙은행이 물가상승 목표를 제시한 뒤 이에 맞춰 통화정책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이 총재는 또 “지금까지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은 엄격히 분류해서 봤었는데 지금과 같은 위기상황에서는 통화정책이 재정정책을 얼마만큼 떠맡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하게 된다”고 밝혀 재정 당국과 역할 분담에 대해 신경을 쓰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 회복 시기에 대해선 “우리나라는 상당히 진정됐다고 하지만 전 세계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진정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본격 회복세에 접어들려면 꽤 시일이 소요되지 않을 까 걱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유동성 과잉 등 금융 불균형이 축적되지 않게 하는 것도 한은의 과제로 꼽았다. 과거 경제위기들이 신용의 과도한 팽창과 그에 따른 자산 거품 등 금융 불균형으로 촉발됐던 만큼 최근의 돈풀기도 이같은 문제를 부추길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는 “코로나 위기가 진정되면 그동안의 이례적 완화정책을 정상화시키는 노력도 소홀히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조지원기자 j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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