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6·17대책’에서 또 한 번 재건축 규제 카드를 꺼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를 본격 시행하는 데 이어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에서 2년 거주 요건을 충족해야 분양권을 제공하겠다고 한 것이다. 정부의 이 같은 조치에 당장 초기 재건축 단지가 충격에 휩싸였다.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사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서 정부는 재개발사업과 관련해서도 수도권에서 임대주택 비율을 최대 30%까지 올릴 수 있도록 시행령을 변경했다. 재개발사업도 위축 분위기가 뚜렷하다. 정비사업 전체가 흔들리는 가운데 정부는 3기 신도시를 통한 대규모 공급만 강조하고 있다.
◇2년 거주, 재건축 8만가구 대상=18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기준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에서 조합설립 이전 단계인 재건축 단지는 총 85곳, 8만643가구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2년 거주는 올해 말까지 조합설립인가를 받지 못하면 적용된다. 이들 재건축 추진 단지 가운데 상당수는 사업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비업계에서는 관련 규제를 최대한 피하려면 사업속도를 높이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 즉 속도를 맞추지 못할 바에야 사업속도를 대폭 늦추는 게 낫다고 보는 아파트 소유주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조합설립인가를 아직 신청하지 않은 단지들은 이런 분위기가 역력하다. 아파트 소유주가 2년 거주 요건을 채우지 못하면 재건축사업을 하더라도 현금청산을 받을 뿐 조합물량의 신축 아파트를 분양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초기 재건축 단지 소유주는 “법 개정 이전에 조합을 설립하거나, 현재 세입자를 내보내고 전입해야 하는데 두 가지 방안 모두 마땅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정부가 ‘거주 이전의 자유’를 훼손하는 규제를 무리하게 추진하는 만큼 해당 규제가 사라진 후 사업을 진행하는 게 낫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정부, 신도시면 충분하다?=재개발 단지도 사업 위축 분위기가 역력하다. 정부는 앞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을 개정해 재개발사업에 적용하는 임대주택 건설비율 상한선을 기존 15%에서 20%까지 높이기로 했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는 10%포인트까지 추가로 넣을 수 있어 최대 30%까지 건립해야 하는 사업장도 나올 상황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다만 임대주택 건립 시 용도지역을 한 단계씩 올려 용적률과 층수를 높이는 종 상향 혜택을 주겠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인센티브에도 불구하고 임대주택 건립 비율이 워낙 높아져 수도권 내 상당수 지역의 사업성이 악화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한 건설사 정비사업 관계자는 “재개발사업은 택지면적에 비해 지분을 가진 소유주들이 많은 것이 일반적”이라며 “종 상향 혜택을 받더라도 임대주택 비율이 30%까지 오르면 조합원 물량을 채우기도 힘들어 사업성이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공급을 우려하는데 정부는 3기 신도시 조성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3기 신도시 등 수도권에서 30만가구가 정상적으로 공급될 예정”이라며 “공급 위축에 대한 우려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해 정비사업 침체가 이어지면 서울의 주택가격 안정화를 달성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내다보고 있다. 서진형 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서울은 주택 수요에 비해 공급이 심각하게 부족한데 정비사업이 침체되면 주택 가격의 하향 안정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평가한다”고 언급했다./강동효기자 kdhy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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