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에 힘입어 ‘반짝’ 뛰었던 카드 소비 증가세가 한 달이 채 안 돼 주춤하는 모양새다. 크게 늘었던 국내 신용카드 사용액 증가율이 재난지원금 소진 시기와 맞물려 예년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다시 떨어졌다. 재난지원금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얼어붙은 소비를 되살리기 위한 마중물이 아닌 일시적인 특수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23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카드 등 8개 전업 카드사의 국내 개인 신용카드 승인실적은 이달 첫째 주(3~9일) 9조5,079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7.7% 늘었다. 최근 3년 평균 증가율 5.6%에 견주면 40% 가까이 높은 증가폭이다.
반면 둘째 주(8~14일) 카드 사용액은 10조6,931억원으로 1년 전보다 3.8% 늘어나는 데 그쳤다. 예년 수준은 물론 국내에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하기 이전인 2월의 증가율 6.6%에도 미치지 못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소비성향이 특별히 늘지 않아도 카드 사용액은 5% 안팎으로 증가하는 것이 통상적인 수준”이라며 “단 1주일 만에 증가율이 크게 하락한 것은 재난지원금을 소진한 가계가 많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카드 사용액은 민간소비의 대표적인 척도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소비 위축이 본격화한 3월(-4.1%)과 4월(-4.4%) 카드 사용액은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05년 이후 처음으로 두 달 연속 감소했다. 이에 정부와 정치권은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녹일 마중물을 붓겠다며 14조원이 넘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 카드를 꺼내 들었다.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5월 카드 사용액은 전년 대비 2.3% 증가하며 두 달 만에 상승 반전했고 재난지원금 소비가 절정에 달한 이달 첫째 주에는 8%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재난지원금 소진이 가까워지며 소비 진작 효과도 다시 시들해졌다. 실제 정부 재난지원금은 지난달 11일 지급된 후 3주 만인 이달 2일 기준으로 이미 64%가 소비됐다. 소상공인 카드 매출은 이보다 앞서 이미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전국 60여만 소상공인의 카드 결제 정보를 관리하는 한국신용데이터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 전국 소상공인 사업장 평균 매출은 1년 전보다 2%가량 감소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재난지원금의 소비 진작 효과는 일회성에 불과하다는 전문가들의 예측이 증명된 셈”이라며 “재정 투입 규모를 고려하면 전 국민 2차 지원금보다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선별 지원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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