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이 과열되자 정부와 청와대는 물론 여권도 진화에 나섰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시장 불안과 관련해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는 말을 발언의 처음과 끝에 두 차례 반복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현재 규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내 집 마련과 주거 불안감 해소를 위해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대책을 당에서 신속히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집값 불안의 핵심인 서울 주택시장은 말 그대로 대란이다. 지난달 기준 서울의 KB 매수우위지수는 149.3을 기록했다. 지난 2018년 9월 이후 최대 수치다. 신고기한이 한 달여 남았지만 6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벌써 8,529건으로 올 들어 최고 기록이다. 이런 추세라면 2만여건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곧 나올 23번째 대책에서 주목되는 것은 공급확대 방안이다. 앞서 정부는 5월6일 용산 정비창 부지 개발 등을 담은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문제는 시장에서 이 같은 공급 방안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재개발·재건축을 풀어주고 서울의 35층 층수 규제도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규 공급 방안에 담길 내용은=정부는 5월 내놓은 공급 방안에서 오는 2022년까지 서울 도심에 7만가구 부지를 추가 확보하고, 2023년 이후 수도권에 연평균 25만가구 이상의 공급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핵심 공급안은 서울 용산 정비창 부지 개발이었는데 정부는 이곳에 주택 8,000가구 이상을 지을 계획이다. 이외에 흑석동 유수지, 해군복지단 부지, 코레일 오류동 부지 등 서울 내 각종 자투리땅을 묶어 2022년까지 서울 내 총 1만5,000가구 규모의 부지에 대한 사업승인을 끝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에서 정부가 용적률 확대, 중대규모 택지 개발 등 다양한 신규 공급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력한 방안은 기존에 확보한 택지에 용적률 등을 높여 공급물량을 늘리는 방식이다. 3기 신도시는 물론 양주 옥정 등 2기 신도시에도 적용할 수 있다. 국토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건의를 받아 양주 신도시 수용가구를 현재 6만4,000여가구에서 7만여가구로 늘리는 방안을 이미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군이나 공공이 보유한 자투리 용지를 공공택지로 개발하고, 수도권 일대에 3기 신도시에 버금가는 이른바 4기 신도시를 생각해볼 수도 있다. 3기 신도시 후보지로 검토되다 최종 무산된 광명과 시흥이 이 경우 우선 고려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대규모 신도시 개발은 광역교통개발계획안을 마련해야 하는 만큼 단기간에 확정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일각에서는 서울시의 반대로 무산된 그린벨트 해제도 이번에 담길 수 있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결국 재개발·재건축 공급 늘려야=문제는 이 같은 공급 방안으로는 시장의 불안을 잠재울 수 없다는 점이다. 정부와 서울시는 도심 내 주택 공급을 위해 역세권 및 유휴부지 개발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제대로 진척된 것은 거의 없다.
예를 들어 서울시는 2018년 말 △시유지 등 부지 활용(2만5,000가구) △도심형 주택 공급(3만5,000가구) △저층 주거지 활성화(1만6,000가구) 등을 통해 8만가구를 추가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중 삼성동 서울의료원 주차장 부지(7,000㎡·800가구)와 대치동 동부도로사업소 부지(5만2,795㎡·2200가구) 등은 시장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현재까지 실적은 미미하다. 서울시에 따르면 당시 발표된 공급 계획 중 실제 착공에 들어간 부지는 동작구 상도동 양녕 주차장 복합화(40가구), 동작구 대방동 은하어린이집 복합화(20가구) 등 60가구에 불과하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물량이 많을수록 공급 불안이 줄어드는 만큼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획기적으로 푸는 방안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정부가 하는 방식의 공공부지 개발로는 많아야 수백 가구 단위의 단지밖에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통상 재개발·재건축을 하면 기존보다 가구 수가 20~30%가량 늘어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정부는 재개발·재건축 사업 추진을 무조건 적대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3기 신도시를 공급해도 강남 집값을 잡는 데 효과가 있는 곳은 과천 정도일 것”이라며 “하지만 과천 공급도 물량에 한계가 있어 결국 서울 재건축·재개발을 시행하거나 그린벨트를 해제해야 수요에 맞는 공급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진형 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서울은 주택 수요보다 공급이 심각하게 부족하다”며 “그린벨트를 신규로 풀지 않는다면 노후주택지를 정비해 주택을 공급해야 하는데, 정비사업 규제가 강해 공급물량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동효·권혁준기자 kdhy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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