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에서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박사방’ 사건 이후 주목을 끌었던 디지털 장의업체 이지컴즈의 박형진(사진) 대표가 미성년자가 촬영된 불법 동영상을 소지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박 대표는 박사방 운영자인 조주빈을 추적하면서 텔레그램 성착취방의 범행수법을 파헤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기도 하다. 앞서 박 대표를 음란사이트 운영 방조 혐의로 재판에 넘긴 검찰은 공갈 혐의로 추가 기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단독]조주빈 추적하던 ‘디지털장의사’, 음란사이트 운영방조 혐의로 피소].
8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최근 박 대표를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 소지 등의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온라인게시물 삭제대행업체를 운영 중인 박 대표는 미성년자가 등장하는 성착취물을 포함해 불법 동영상 100여개를 저장·소지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 측은 온라인 기록 삭제 업무를 위한 영상물 수집 차원에서 해당 성착취물을 소지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그가 소지한 성착취물 가운데는 고객의 의뢰를 받지 않은 영상물도 포함됐다.
올해 하반기부터 강화된 아동·청소년성보호법에 따르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구입·소지·시청하면 1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 다만 박 대표가 경찰에 입건된 시점이 법 개정 이전이라 혐의가 인정되더라도 1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을 적용받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박 대표를 지난 7일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면서도 “구체적인 혐의 내용 등은 공개할 수 없다”고 전했다.
박 대표는 앞서 지난 3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방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그는 2018년 유튜버 양예원씨의 노출사진 유출사건으로 논란이 된 국내 최대 음란사이트 Y티비 운영자에게 “삭제 업무를 독점하게 해달라”며 600만원을 건네고 사이트에 배너광고를 게재해 수익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지난달 30일에는 인천지검 부천지청 형사2부가 박 대표를 공갈 등의 혐의로 추가 기소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박 대표는 지난 1년여간 텔레그램 ‘박사방’을 추적해왔다고 주장하면서 언론의 많은 주목을 받은 인물이다. 박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도 “불법 스포츠도박사이트 관계자로 가장해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에게 접근했다”며 “조씨가 유명인 사진이 온라인사이트 등에 노출된 것을 보여주며 광고비를 입금하라고 종용했다”고 전했다. 서울경제는 박 대표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민구·오지현기자 1mi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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