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라임자산운용의 환매중단 무역금융펀드 중 1,611억원 규모에 대해 ‘판매사가 원금 전액을 반환하라’는 결정을 내린 가운데 나머지 1조5,000억원 상당의 펀드는 손실액 확정까지 5~6년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일부 판매사에서 최대 70%에 이르는 선보상·선지급을 약속했으나 투자자들의 동의를 얻기 쉽지 않아 라임 사태는 오는 2025년 이후까지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13일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라임자산운용은 2025년까지 자산을 회수해 투자자들에게 지급하겠다는 현금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은 손실이 확정돼야 시작되므로 나머지 펀드 분쟁조정은 손실 확정이 끝난 2025년이 지나야 가능한 셈이다.
라임펀드는 무역금융펀드(플루토 TF-1호), 국내 메자닌(테티스 2호), 국내 사모사채펀드(플루토 FI D-1호), 무역금융채권(크레디트인슈어런스(CI) 1호) 등 4개의 모(母)펀드에 돈을 태운 173개 자펀드로 구성되며 총 판매 규모는 1조6,679억원이다. 금감원은 지난달 말 분쟁조정위원회를 열고 이 중 지난 2018년 11월 이후에 판매된 무역금융펀드 1,611억원 규모에 대해서 판매사가 투자자에게 원금 전액을 환불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이는 전체의 10%에 불과한 수준이다. 나머지 90%는 2018년 11월 이전에 판매됐거나 무역금융펀드가 아닌 나머지 3개 모펀드에 해당하며 현재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고 있어 손실 확정이 어렵다. 무역금융펀드는 판매사와 운용사가 미국 투자자문 ‘인터내셔널인베스트먼트그룹(IIG)’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기준가를 조작하거나 펀드 구조를 바꾸는 방식으로 판매를 이어나갔기 때문에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를 적용해 판매사에 책임을 부과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머지 세 펀드는 메자닌과 채권을 담는 펀드인 만큼 불완전판매 여부와 투자경험 등에 따라 피해자가 돌려받는 금액도 차이가 있다.
이런 이유로 판매사들은 손실액 혹은 원금의 30~70% 금액을 미리 지급해 사적 화해를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조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부 판매사가 선지급·선보상을 진행하는 대신 일정 기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도록 조건을 걸면서 투자자들의 반발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판매사의 제안을 받아들인 투자자는 극히 일부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7일 금감원은 무역금융펀드 판매사 4곳에 원금 전액을 반환하라는 분조위 결과를 전했다. 판매사들은 27일까지 수락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98% 가까이 부실인 사실상 ‘깡통 펀드’를 판매한 데는 판매사에도 책임이 있기 때문에 연대 책임을 지게 하기 위한 방안으로 전액 환불을 결정했다”며 “판매사가 먼저 지급하고 차후 구상권 소송을 통해 금융사 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지혜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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