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수돗물’ 사태가 발생한 지 1년여 만에 인천에서 수돗물 유충까지 나오자 인천시의 수돗물 관리체계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15일 인천시에 따르면 수돗물에서 유충이 발생했다는 민원은 지난 9일 서구 왕길동 모 빌라에서 처음 접수된 뒤 23건(14일 낮 12시 기준)의 신고가 접수됐다.
주민들은 수도꼭지나 샤워기 필터에서 유충이 기어가는 사진과 영상을 맘카페에 올리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는 그러나 유충 발생 사실을 공개하지 않고 쉬쉬하다가 지난 13일 첫 보도가 나오자 14일 오전 뒤늦게 대응 상황을 공개했다.
박남춘 인천시장조차도 취재가 시작된 이후인 13일 늦은 오후에야 상수도사업본부로부터 유충 발생 사실을 처음으로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시장이 참석하는 긴급상황 점검 회의도 민원 신고 접수 5일만인 14일 처음 이뤄졌다.
수돗물 유충 종류가 어떤 것인지도 파악하지 못하다가 14일 오후에서야 ‘깔따구류’의 일종으로 확인됐다며, 서구 왕길동·당하동·원당동·마전동 3만6,000가구에 직접 음용을 자제하라고 당부했다.
유충 발생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시는 다만 정수장에서 수돗물을 정수하기 위해 사용하는 ‘활성탄 여과지’에서 발생한 유충이 수도관을 통해 가정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유충 발생 가정이 처음에는 10가구 이하이고 수질검사도 적합 판정으로 나와 유충 발생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판단하지 못했다”며 “수돗물 유충 때문에 피해를 보는 가정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응 체제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시 안팎에서는 인천시가 작년 5월 ‘붉은 수돗물’ 사태를 겪고도 수돗물 관리 시스템이 여전히 허술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붉은 수돗물 사태는 작년 5월 수계 전환 중 기존 관로 수압을 무리하게 높이다가 발생해 26만1,000가구, 63만5,000명이 적수 피해를 겪었다.
환경부는 당시 인천시 상수도본부 공무원들이 문제의식 없이 수계 전환을 했다며 “거의 100% 인재”라고 신랄하게 지적했다.
인천환경운동연합은 이날 성명에서 “작년에 마련한 대응책이 현재 유충검출 사건에 직면해 적절히 작동하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이처럼 기막힌 사고가 왜 연달아 일어나는지 상수도본부 조직과 시스템을 면밀히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천=장현일기자 hich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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