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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고 문 잠그고…갈곳없는 세입자 '눈물의 전셋집 사수'

전세가 오르고 물량 씨 마르고

세입자들 갈 곳 없어지자

전셋집 지키자.. 곳곳 눈물의 사투

서울 서초구 아파트 전경 / 서울경제DB




내집마련을 위해 지난 18일 서울 강서구 등촌동의 한 아파트에 집을 봤던 A 씨는 공인중개사 측의 신신당부로 원래 예약한 시간보다 30분 일찍 도착해 부동산사무실에 앉아 기다렸다. 알아보려는 집에 현재 세입자가 ‘시간에 민감하다’는 것이다. A 씨는 “지난 주에 이 집을 보려던 사람이 20분이 늦었다는 이유로 세입자가 집을 보여주지 않아 결국 보지 못하고 돌아갔다고 한다”며 “헛걸음 하지 않으려고 일찍 도착해 집도 최대한 서둘러 보고 나왔다”고 전했다.

서울을 중심으로 ‘요즘 집보기 힘들다’는 호소가 나오고 있다. 잇따른 정책 영향으로 전세난이 본격화하면서 살고 있는 집에서 계속 거주하고 싶어하는 세입자들이 집 보여주기를 꺼려 하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정책 발 주거 불안에 집을 사려는 실수요자들과 계속 거주하려는 세입자들 사이에서 ‘을과 을의 전쟁’이 펼쳐지는 셈이다. 한 공인 중개사는 “세입자들은 원래 사는 집을 보여주기를 꺼려하지만 요즘 들어 특히 심해졌다”며 “요새는 매수자를 찾는 것보다 매수자에게 집을 보여주는게 더 힘들다”고 했다.

은평구의 B공인 중개사는 “집을 보여줄 수 있느냐고 약속을 잡으려 하면 평일에는 밤늦게 퇴근해 어렵다고 하고, 주말에는 여행을 가거나 고향에 가야 한다며 미루는 경우가 많다”며 “2주 뒤 주말에라도 잡자 하면 그 즈음에 다시 전화달라고 하며 확답을 해주지 않는다”고 전했다.

아예 부동산들을 대상으로 특정 시간을 지정하고는 그 외에는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토요일 오전 10시에서 11시까지로 아예 확정을 해두고, 그때 오지 못하는 경우 보여주지 못한다고 미리 못박는 식이다. 막상 현장에 도착해도 제한을 받는 경우도 나온다. 최근 마포구에 집을 알아 봤다는 B씨의 경우 “가족들이 살 집이라 당연히 온 가족이 갔는데, 거주하고 있는 분들이 ‘코로나도 있으니 한명만 대표로 들어오라’해서 와이프만 들어가서 보고 왔다”고 전했다.



세입자들 입장에서도 그럴만한 사정은 충분하다. 최근들어 전세 가격이 급등하는 데다 물량 자체도 없기 때문에, 현재 거주하는 곳이 팔려 새로운 집주인이 직접 거주하게 되는 경우, 전세집을 구하기가 너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강서구에 거주하는 한 세입자는 “최근 한달 사이 전세가 1억이 올랐고, 매물 나오는 것도 그나마 월세 중심인데 만기가 다가오는 집이라면 당연히 걱정이 되지 않겠느냐”며 “집이 팔리지 않아 기존 주인이 만기 이후에도 보유하게 되면, 보증금을 좀 올려주더라도 당장 살 집은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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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집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을 시세차익으로 인한 자본수익과 임대수익이라고 봤을 때 세금부담을 높여 자본수익을 줄이면 결국 임대수익을 노리고 임대료가 높아질 수 밖에 없다”며 “임대차 3법을 순차적으로 적용하는 등 앞으로 시장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흥록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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