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아파트가 쏟아지면서 현 청약제도를 놓고 갈등이 커지고 있다. 현재 다수의 물량이 가점제로 공급되는 데 커트라인이 상승하면서 60점은 넘어야 당첨을 기대해 볼 수 있다. 60점은 30대가 받을 수 없는 점수다. 결국 가점이 높은 40대와 50대가 독차지 하고 있다. 문제는 대출 규제가 더 강화 되면서 이들 중에서도 현금부자만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갈등의 씨앗은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까. 바로 정부가 가점제 물량을 늘리고, 규제지역을 대폭 확대하면서 나타난 결과다. 결국 불행의 씨앗은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가점제 확대한 8·2 대책 불행의 씨앗>
현 정부는 출범 이하 부동산 대책을 쏟아낸다. 그 중 하나가 2017년에 나온 ‘8·2 대책’이다. 이 대책의 핵심은 실수요자 청약 보호를 위해 정부가 가점제 공급 물량을 확대한 것이다.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전용 85㎡ 이하 공급 물량에 대해 100% 가점제를 시행한 것이다. 한마디로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의 30평형 이하 물량을 전량 가점제로 돌린 것이다.
규제지역별 가점제 물량을 보면 투기과열지구의 경우 전용 85㎡ 이하는 100%, 85㎡초과는 50%다. 조정대상지역은 85㎡ 이하 75%, 85㎡ 초과 30%다. 비규제지역도 85㎡ 이하는 40%를 가점제로 공급해야 한다.
불행의 씨앗은 ‘6·17 대책’에서 더 싹을 띄운다. 6·17 대책의 핵심은 바로 규제지역을 사실상 수도권 전역으로 넓히고 지방까지 확대한 것이다. 한마디로 가점제 규제를 받는 지역이 더 늘어난 것이다. 결국 이는 추첨과 가점의 불균형을 더욱 초래한다. ·
한 예로 평택시에서 A사가 분양할 예정인 B 단지는 전체 583가구 가운데 206가구가 추첨제로 당첨자를 가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6·17부동산대책’으로 추첨제 물량은 86가구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비규제지역이었던 평택이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6·17대책’으로 수도권 대부분 지역과 대전·청주 등이 규제지역으로 편입되면서 올 7월 분양물량 가운데 추첨제 물량이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대책 이후 더 치솟는 가점>
최근 당첨자를 발표한 서울 성북구 ‘길음역롯데캐슬트윈골드’의 평균 당첨 가점은 64.2점이었다. 커트라인 또한 59점에 달했다. 앞서 1순위 청약을 받은 과천시 ‘푸르지오벨라르테’ 또한 83점짜리 통장이 접수됐다. 당첨자 최저 가점 또한 55점이었다.
3인 가족 기준 만 39세 세대주가 얻을 수 있는 점수는 52점에 불과하다. 통장가입기간에서 만점(17점·15년 이상)을 얻더라도 부양 가족 2인(15점), 무주택기간 9년 이상 10년 미만(20점)밖에 못 얻기 때문이다. 이는 앞서 언급한 단지들의 당첨 커트라인에도 한참 못 미치는 점수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30대의 청약 당첨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약시장에서 외면받은 30대는 기축 매매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국감정원 통계를 보면 지난 6월 기준 30대 서울 아파트 매입 건수는 총 3,601건으로 전달(1,257건)보다 2.9배 늘어났다. 20대 또한 같은 기간 134건에서 412건으로 3.1배 늘어났다.
서울 전체 아파트 거래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도 증가세다. 6월 기준 서울 아파트 거래 1만1,106건 가운데 20대는 3.7%, 30대는 32.4%를 차지했다. 이는 5월보다 각각 0.6%포인트, 3.4%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특히 30대는 40대(27.8%)의 매수 비중보다 4.6%포인트 높은 수치를 보이며 격차를 벌렸다. 전국으로 봐도 6월 20대와 30대의 매수 건수는 4,341건, 2만3,530건으로 5월보다 각각 1.8배, 1.9배 늘었다.
한편 정부가 7·10 대책을 통해 신혼부부 특별공급에 대한 소득 기준을 완화하고 ‘생애최초 특별공급’을 민간분양까지 확대했다. 하지만 결국 한정된 물량 속 ‘누구에게 더 많은 기회를 부여하냐’는 제로섬 게임을 만든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조치에 4050 등 기성세대가 반발하면서 갈등은 더 키지고 있다./권혁준기자 awlkw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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