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에서 10번이나 수술을 받은 몸이 아픈 아이를 키우는 엄마입니다. 원래 다세대주택에 살다가 아이를 위해 대학병원 근처 아파트 분양권을 매입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매입한 지역이 규제지역으로 편입됐고 잔금 마련이 어려워졌습니다. 기존 집을 6개월 이내에 팔아야 한다 하는데 인기 없는 지방인지라 처분도 어렵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분노한 시민들의 목소리와 촛불이 청계천 일대를 메웠다. 앞서 지난 18일 한 차례 같은 장소에서 가졌던 것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6·17 대책, 7·10 대책부터 추진 중인 임대차 3법까지, 온갖 대책에 분노한 시민들은 “집 가진 게 죄”냐며 “졸지에 적폐·투기꾼이 됐다”고 정부를 규탄했다.
‘6·17 규제 소급적용 피해자 구제를 위한 모임’·‘임대차3법 반대 추진위원회’ 등 시민단체는 지난 25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촛불 집회를 가졌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5,000여명이 참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부동산 대책 피해자들의 발언 및 신발 던지기 퍼포먼스, 대책 철회 및 임대차 5법 강행 등에 반대하는 국회 서명을 진행했다.
피해자들은 ‘부동산 규제 정책 반대, 조세저항 촛불집회’라는 문구를 내걸고 ‘6·17 소급적용 반대’ ‘중도금 및 잔금대출’ ‘임대차 3법 반대’ ‘거주 이전 자유 위배’ 등의 구호를 함께 외쳤다. 참석자들은 ‘사유재산 보장하라’, ‘법인도 사람이다’ ‘징벌 세금 위헌이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특히 정부 대책의 피해자들이 구체적인 피해 사례도 발표하며 정부를 압박했다. 시위에 참석한 시민들은 차례로 구호를 외치며 집값 대책의 부당함을 알렸다.
이들은 정권의 부동산 대책 및 징벌적 조세에 반대한다는 의미로 ‘신발 던지기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우선 전 참가자들이 자신의 신발을 머리 위로 던졌고 이어 지원자 몇 명을 받아 ‘문재인 자리’라고 적힌 의자에 신발에 던졌다. 이후 날이 어두워지자 이들은 준비해온 촛불을 하나 둘씩 켜기 시작했다.
대책 피해자들의 발언 또한 이어졌다. 이날 발언대에 선 한 시민은 “청와대 측근 및 여당 인사들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며 “당신들이 강남에 집 가진 것은 당연한 것이고 우리가 수도권 외곽·시골에 아파트 2~3채 갖는 것은 투기이고 불법인가”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 또한 “과거 김현미 장관 등이 다주택자의 경우 임대사업자 등록하면 된다고 해서 등록했다”며 “꾸준히 그리고 성실하게 재산세 등 납부했음에도 돌아오는 건 적폐 투기세력 취급이었다”고 분노했다.
앞서 이들은 이날 오후 집회에 앞서 ‘실검(실시간 검색어) 챌린지’를 통해 ‘나라가 니꺼냐’는 문구를 포털 사이트에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올렸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대한 불신이 담겨있는 표현이다. 앞서 이들은 ‘3040 문재인에 속았다’를 비롯해 △김현미 장관 거짓말 △헌법13조2항 △6.17위헌 서민피눈물 △문재인 지지철회 △소급위헌 적폐정부 △국토부 감사청구 △조세저항 국민운동 △임대차3법 소급반대 △중도금잔금 소급반대 △못살겠다 세금폭탄 △3040 문재인에 속았다 등을 차례로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올리며 인터넷에서 주목을 끌었다.
앞서 이들은 지난 18일에도 서울 종로구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정부의 부동산 규제에 항의하는 집회를 가졌다. 지난 4일에도 신도림역 1번 출구 앞에서 시위하기도 했다. 점점 정부와 여당 인사들의 부동산 관련 규제 발언들이 더해지는 가운데 시민들의 분노도 거세지는 모습이다.
/권혁준기자 awlkwo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