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서 전월세상한제로 정한 임대료 ‘5% 상한’이 세입자가 거부할 경우 사실상 무력화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 제도 아래서는 5% 이하라도 세입자가 이를 거부하면 임대료 인상 자체가 불가능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최근 한 민원인의 ‘세입자가 5% 인상을 거부할 경우 계약을 거부할 수 있느냐’는 질의에 이같이 답한 것으로 확인됐다. 임대사업자인 A씨는 최근 전월세상한제 도입과 관련해 ‘전세금을 5% 올리려는데 만약 임차인이 거절하면 재계약을 거부해도 되느냐’고 질문했고 이에 국토부는 ‘재계약 거절 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며 임대사업자의 경우는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고 응답했다.
기존에는 계약종료 전 임대료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집주인이 계약갱신을 거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계약갱신청구권(2+2년)’으로 세입자는 재계약 권한을 갖게 된 반면 집주인은 임대료 상한에 대한 의무만 있을 뿐 세를 올리거나 재계약을 거부할 권한이 없어지게 됐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상식적인 선에서 인상폭에 대한 협의가 가능할 것”이라는 성의 없는 답변만 내놓을 뿐이다. 임대료 인상폭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집주인이 선택 가능한 방법은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대한 조정 신청이나 민사소송밖에 없다. 하지만 분쟁조정위는 임차인이 조정절차를 거부하면 강제할 방법이 없고 민사소송은 확정판결까지 긴 시간이 걸려 계약갱신 전에 결론을 내기 어렵다.
사실상 세입자가 “전월세 인상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버티기에 들어가면 집주인은 기존 계약 내용대로 재계약하는 것 외에 선택지가 없는 것이다. 집주인에게 계약갱신 의사만 밝힌 뒤 연락이 아예 되지 않고 계약 만료일까지 잠적해버리면 손쓸 방도가 전혀 없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관계자는 “현행 제도에서는 ‘원만한 협의’를 기대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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