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주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 정부와 여당의 주도 속에 부동산 관련 11개 법안이 일사천리로 통과된 것과 관련, “대한민국 국민이 평생 집의 노예로 사는 것을 벗어나 경제의 주인이 되기로 결정한 날”이라고 평가한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향해 “바보냐, 국민을 우롱하냐”라며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이 전 의원은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통과된 부동산규제법이 국민을 집의 노예에서 해방시키는 거냐”라고 지적한 뒤 “집에 부과되는 세금은 늘어나고 주택거래는 얼어붙어서 팔래야 팔 수도 없는데 뭐가 해방된다는 거냐”라면서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 전 의원은 “소유를 포기하고 임대를 계속 전전하면 집의 노예가 안되나”라고 물은 뒤 “오히려 훨씬 더 집착하게 된다”고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날을 세웠다.
이 전 의원은 이어 “그러니 이번 조치는 국민이 집의 노예에서 해방되는 게 아니라 아예 집의 노예로 전락하거나 집사길 포기하게 되는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아울러 이 전 의원은 “누누이 강조했다시피 국민들이 집의 노예에서 진정 벗아나게 하려면 지방과 강북의 교육교통 등 인프라에 과감히 투자해서 주택수요를 분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 전 의원은 ‘누구나 월세 사는 세상이 온다’며 전세의 월세 전환을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주장한 윤준병 민주당 의원의 발언에 대해서도 “자신의 억지 주장을 받쳐준다고 생각하면 글로벌 트렌드를 들먹이는 것은 어설픈 글로벌 주의”라고 날선 비판을 내놨다.
이 전 의원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다른 나라, 특히 서양에서 월세 위주의 주거가 보편화된 것은 기업형 임대 사업을 하는 다주택자가 많고 번화한 도시에선 괜찮은 집을 사는 게 너무 어렵기 때문”이라고 상황을 짚은 뒤 “주택에 관한 한 양극화가 심해서 그런 형상이 일어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면서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 전 의원은 “대한민국 경제 성장에 중추적 역할을 한 것은 내 집 마련을 위한 욕구와 그 실현 과정이다. 오랜 농경사회 전통으로 토지에 대한 소유욕이 큰 데 따른 것”이라고 전제한 뒤 “누구든 노력하면 아늑한 내 집을 가질 수 있다는 꿈이 대한민국 국민에게 ‘잘 살아보세’란 생각을 갖도록 하고, ‘한강의 기적’을 이룬 것”이라고도 적었다.
이 전 의원은 이어 “물론 지금은 개발시대보다 고도 성장이 어려워졌다”면서 “하지만 국가가 국민에게 내 집 마련의 꿈을 도와주고 중산층을 두텁게 하는 방향이 잘못된 것이냐”고 윤 의원의 발언을 정조준했다.
아울러 이 전 의원은 “(정부여당은) 개발시대를 마치 나쁜 것처럼 전제하고 말하는데 무슨 근거로 그러는 것이냐”면서 “국민 대부분이 내 집을 가져 함께 살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가야 할 길이 아니냐”고 쏘아붙였다.
덧붙여 이 전 의원은 “다달이 집세로 버는 돈이 다 소비돼 저축이 어려워질텐데 이게 뭐가 나쁘냐니, 서민에게 얼마나 가혹한 말이냐”면서 “결국 국가가 임대사업을 하고 집 주인이 되겠다, 국민 스스로 일어서게 하는 게 아닌 국가에 예속시키겠다는 말로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비판의 수위를 끌어올렸다.
앞서 서울시 행정1부시장 출신인 윤 의원은 지난 1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는 것은 나쁜 현상이며, 임대계약기간을 기존 2년에서 2년 추가 연장하면 전세가 월세로 전환될 것이라는 취지의 통합당 의원(윤희숙) 5분 발언이 인터넷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고 한다”며 “그러나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는 것이 나쁜 현상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전세가 우리나라에서 운영되는 독특한 제도이기는 하지만, 소득 수준이 증가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소멸될 운명을 지닌 제도”라며 미국 등 선진국을 거론했다. 윤 의원은 “누구나 월세 사는 세상이 온다”고도 덧붙였다.
이어 윤 의원은 “은행의 대출을 받아 집을 구입한 사람도 대출금의 이자를 은행에 월세로 지불하는 월세입자의 지위를 가지고 있다”며 “전세로 거주하는 분도 전세금의 금리에 해당하는 월세를 집주인에게 지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시간이 흐르면 개인은 기관과의 경쟁에서 지기 때문에 결국 전 국민이 기관(은행)에 월세를 지불하는 시대가 온다”고 했다.
또 윤 의원은 “민주당 주도의 부동산 개혁입법이 전세가 월세로 전환될 것을 재촉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전세제도가 소멸되는 것을 아쉬워 하는 분들이 계신다”며 “이분들의 의식 수준이 과거 개발시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전세제도는 세입자에게 일시적 편암함을 주고 임대자에게는 지대추구 기회를 주지만 큰 목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목돈을 마련하지 못한 저금리 시대 서민들 입장에서는 월세가 전세보다 손쉬운 주택 임차방법”이라며 “정책과 상관없이 전세는 사라지고 월세로 전환되는 건 정상”이라고 했다.
윤 의원은 “전세금을 100% 자기 자본으로 하는 세입자도 거의 없다”며 “대부분 은행 대출을 낀 전세인데, 집주인에게 월세를 내거나 은행에게 이자 내거나 결국 월 주거비용이 나가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윤 의원은 한편으로는 “이번 법 개정에서 2+2(년)로 임대계약기간이 연장된 것만 해도 마음이 놓인다고 평가하는 무주택 서민이 많을 것”이라고 자평했다.
윤 의원은 서울시 기획조정실장, 행정1부시장 등을 거친 이른바 ‘박원순계’로 불린다. 지난 총선에서 전북 정읍·고창 공천받고 출마해 당선됐다. /김경훈기자 styxx@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