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 공급대책’에서 나온 ‘지분형적립주택’이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분양가의 20~25%를 우선 소유 지분으로 취득하고 나머지 지분은 20년 혹은 30년에 걸쳐 저축하듯이 나눠 내 주택을 취득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서울주택도시공사(SH)에서 최근 공급한 강서구 마곡 9단지 전용면적 59㎡에 적용하면 분양가( 5억원)의 25%인 1억2,500만원을 내면 우선 소유권을 넘겨받게 된다. 나머지 금액인 3억7,500만원은 4년마다 나눠 내면 된다. 서울시는 추가로 지분을 취득할 때 최초분양가에 정기예금금리 정도만 가산해 받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지분형적립주택을 놓고 장기간 청약저축 가입자만 소외 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구입하는 것보다 유리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분형 주택 전량 추첨제로 한다>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등에 따르면 지분적립형 주택은 100% 추첨제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 등이 계획하고 있는 내용을 보면 지분적립형 주택의 70%는 특별공급으로 제공되며 40%는 신혼부부, 30%는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에게 돌아간다. 나머지 30%의 일반공급 중 20%는 입주자 모집공고일 기준 무주택 세대주에게 돌아가며 2순위는 1순위 낙첨자와 소득이 비교적 높은 무주택자에게 배정됐다.
이는 사실상 청약제도를 무력화시킨 분양 방식이다. 무주택 기간과 부양가족 수 등을 기준으로 하는 청약제도가 지분적립형 주택에서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중장년층의 당첨 가능성이 매우 낮은 구조인 것이다. 아울러 신혼부부의 경우에도 기존 공공분양 주택에서는 자녀 수가 많을 수록 유리했지만, 지분적립형 주택에서는 자녀가 1명인 신혼부부나 2명인 신혼부부나 똑같이 추첨 대상이 된다.
서울에 거주 중인 50대의 한 무주택자는 “정부가 서울에 공공주택을 늘린다고 해서 드디어 내 집을 장만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는데 공급이 청년층에 집중돼 있고 100% 추첨제라 당첨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사실을 알고 허탈했다”며 “젊은 층보다 더 오랜 기간 무주택으로 살아왔고, 자녀도 있기 때문에 내 집에 대한 간절함이 더 큰데 정부의 공급 대책에서는 소외된 기분”이라고 호소했다.
SH공사 측은 “민간 분양도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분양가가 많이 낮아졌다. 청약 고점자의 경우 민영 주택 청약에서도 기회가 있다고 판단해 지분적립형 주택은 청년이나 신혼부부에 유리하게 설계했다”며 “아직 최종 확정된 안이 아니라 추후 선정 방식이 변경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용산 정비창, 서울 의료원 등 공급>
이런 가운데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지분적립형 주택을 ‘8·4공급대책’에서 언급한 핵심지역에서 선보이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8·4대책에서 태릉골프장(1만가구), 용산 캠프킴(3,100가구), 서울지방조달청(1,000가구) 등에 택지를 조성해 3만3,000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다.
또 택지개발지로 이미 확정했던 서울 강남구 서울의료원과 용산구 용산정비창 부지는 용적률을 상향해 기존안보다 각각 2,000가구씩 늘리기로 했다. 정부와 서울시는 이 가운데 서울의료원과 용산정비창에 지분적립형 주택을 도입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들 지역은 당초보다 용적률이 늘어 기존에 계획된 가구보다 수용인구가 늘어나는 만큼 지분적립형 주택을 우선 도입하기에 최적지라고 판단한 것이다.
서울의료원과 용산정비창은 서울 내 택지개발지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지역이다. 각각 강남구와 용산구 중심에 위치해 청약 수요가 다른 지역의 2~3배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로또 분양’ 우려가 큰 지역인 만큼 지분적립형 주택을 통해 시세차익 과다 논란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서울시의 판단이다. 다만 태릉골프장과 정부과천청사 등에는 현재 도입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분적립형 주택은 서울시가 보유한 택지지구에 우선 적용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서울시는 지분적립형 주택과 관련해 오는 2028년까지 1만7,000가구까지 늘리겠다는 것이 목표다. /강동효·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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