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강간 및 준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배우 강지환이 2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았으나 상고를 결심한 배경에는 ‘혐의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강지환은 지난 6월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다. 강지환 측은 “준강제추행 피해자의 경우 사건 당시 항거불능 상태에 있지 않았으며 피해자의 몸에서 준강간의 증거가 될만한 DNA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피해자들의 신체에서는 강지환의 DNA는 발견됐으나, 결정적 증거인 정액, 쿠퍼액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강지환 측은 DNA가 검출된 이유는 피해자들이 사건 당일 몇 시간 동안 강지환 집에 머무르며, 샤워도 하고 강지환이 제공한 침구를 이용하는 과정 등에서 DNA가 옮겨갔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강지환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유한) 산우의 심재운 변호사는 18일 매체 인터뷰를 통해 “준강간 피해자 A씨에게서 강지환의 정액이나 쿠퍼액이 발견되지 않았다. B씨에게는 속옷 속 생리대에서 강지환의 DNA가 발견됐다. 우리는 B씨가 샤워 후 강지환의 의류와 물건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DNA가 옮겨갔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 추행을 했다면 생리대 뿐만 아니라 B씨의 속옷이나 강지환의 양측 손에서 상대방의 DNA가 발견돼야 하는데 검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강지환은 사건 당일인 지난해 7월 9일,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 소재 자택에서 자신의 촬영을 돕는 외주 스태프 2명과 술자리를 가졌다. 당일 CCTV에는 강지환과 A, B씨가 테이블에 앉아 술자리를 즐기는 모습에 이어 강지환이 과도한 음주로 정신을 잃자 두 사람이 그를 부축해 방으로 옮기는 모습도 담겨 있다.
CCTV 영상에 따르면 이들은 강지환이 잠든 틈에 샤워를 한 뒤 하의는 속옷만 입은 채 집을 구경하기도 했다. 강지환의 집 내부에서 여러 시설을 이용한 만큼 강지환의 DNA가 A, B씨에게 묻어 나올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해석이다.
강지환 측이 피해자들의 주장을 의심하는 부분은 카카오톡 메시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피해자들은 검찰에 의해 사건 발생 시각으로 추정되는 오후 8시 30분 무렵 지인들과 카카오톡 대화를 나눈 것이 확인됐다. 피해자들은 비속어를 섞어가며 지인들과 강지환의 집에 대해 이야기하는 등, “강지환 집에 감금되어 있다”고 112신고를 요청하는 메시지와 대비되는 모습을 보였다.
심 변호사는 “강지환 자택에서 전화가 불통이었다는 피해자 주장과 달리 확인 결과 통화도 잘 터지고 카톡도 잘 되더라”고 밝혔다.
강지환이 구속 상태에서 벗어나고, 피해자들과의 합의도 마친 상태에서 상고를 결정하면서 사건은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새롭게 등장한 의문으로 인해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어떻게 나올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추승현기자 chus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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