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LG화학(051910)의 주가는 장 시작과 함께 전 거래일보다 3% 이상 급등하면서 출발했다. 이후 장 중 72만~73만원선에서 등락을 반복하던 주가는 오후2시 이후 77만원선을 넘보더니 장 마감을 앞두고 빠르게 내리면서 75만7,00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 10일 현대차(005380) 주가는 장중 17만2,500원까지 올랐다가 16만원대까지 하락하는 등 온종일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탔다. 주가가 급변하는 과정에서도 상승세는 놓지 않은 채 전 거래일보다 15.65% 급등한 17만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달 들어 증시가 조정 국면에 돌입하면서 대형주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증시 대기 자금이 260조원에 달할 정도로 풍부해진 유동성에 대형주가 증시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개인들의 증시 참여가 급증했다는 점이 대형주 변동성 확대의 이유인 것으로 풀이된다.
27일 서울경제가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의 월별 하루 평균 주가 변동률을 조사한 결과 이달 들어 하루에 평균 3.94%의 주가가 변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증시가 급락했던 3월 6.27%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4월 변동률은 3.64%, 5월 3.10%, 6월 3.57% 등 3%대 변동률을 기록한 뒤 지난달 2.99%로 확 줄었다가 이달 들어 다시 늘어난 것이다.
현대차가 이달 가장 큰 변동성을 보였다. 현대차의 하루 평균 주가 변동률은 6.07%에 달했다. 2·4분기 ‘어닝 서프라이즈(깜짝실적)’를 기록하면서 실적에 대한 신뢰를 쌓은 상황에서 전기차·수소차 부문의 성장성이 부각되자 투자자들이 몰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이달 들어서만 주가가 30% 가까이 급등했다.
LG화학과 삼성SDI(006400)도 변동 폭이 컸다. LG화학은 하루 평균 주가가 4.12% 오르고 내렸으며 삼성SDI는 5.35% 변동률로 현대차 다음으로 주가 등락이 심했다.
시총 상위에 포함된 초우량 대형주는 사실 하루 주가 등락폭이 그리 크지 않아 일반적으로 ‘무거운 주식’으로 일컬어진다. 대형주의 수익률은 중·소형주 수익률에 비해 낮다고 보는 것도 시장의 통념이다. 실제로 중형 성장주보다는 대형 가치주는 새로운 재료에 반응하는 정도도 약하다.
하지만 이달 들어서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총 상위 10위 내 종목들의 상당수가 ‘성장주 대접’을 받고 있다. 바이오 대장주인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와 셀트리온(068270), 석유화학 기업에서 2차전지 기업으로 탈바꿈한 LG화학과 삼성SDI, 언택트 대장주인 NAVER(035420)와 카카오(035720) 등 6개 종목은 웬만한 중·소형주보다 성장에 대한 기대가 높다. 이 때문에 이들 종목이 국내 증시 주도주로 자리매김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늘어난 것이 변동성이 늘어난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아울러 풍부한 시중 유동성과 개인 투자 비중이 부쩍 늘어난 것도 변동성 확대의 원인이다. 실제로 변동폭이 컸던 현대차와 LG화학의 경우 이달 들어 개인 투자자들이 각각 6,357억원, 5,074억원을 순매수해 순매수 상위 3·4위에 올랐고 삼성SDI와 카카오도 각각 2,309억원과 1,993억원어치를 순매수해 6·7위에 자리를 잡았다. 예전에는 대형주 매수 비중이 패시브 성향을 가진 외국인과 기관이 높았지만 최근에는 개인들의 매수 비중이 높아지면서 적극적인 매매가 이뤄지고 있다. 메리츠 증권에 따르면 코스피 대형주 개인 투자 비중은 올해 초 30%도 되지 않았지만 현재는 60%까지 높아졌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대형주의 변동성을 키운 직접적인 원인은 유동성”이라며 “개인투자자의 매매 비중이 중·소형주에서 대형주로 빠르게 옮겨진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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