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과 지자체장 등에 대해 특정업체의 무선도청 탐지장치 납품을 청탁하고 업체로부터 1억700만원을 받는 등 청탁과 알선을 일삼았다는 혐의를 받는 허인회(56) 전 녹색드림협동조합 이사장이 재판에 넘겨졌다.
28일 서울북부지검 형사5부(서인선 부장검사)는 지난 27일 변호사법위반 혐의로 허 전 이사장를 구속 기소하고 공범 A(56)씨와 B(62)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허 전 이사장은 지난 2014년 9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특정 무선도청 탐지장치 납품업자의 부탁을 받고 친분이 있는 국회의원들에게 청탁하고 그 대가로 1억7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국회의원들을 소개받은 납품업자 C씨는 의원들에게 상임위 소관 국가·공공기관에 무선도청 탐지장치 설치 여부 등을 질의해 줄 것을 요청했다. 질의를 통해 국가·공공기관으로부터 답변서를 받은 의원실은 답변서를 C씨에게 직접 전달했으며 C씨는 이를 활용해 국가·공공기관에 납품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과정에서 허 전 이사장과 C씨는 탐지장치 설치에 미온적인 기관에 대해 의원실에 추가 자료 요청서와 질의서를 보내는 등 수차례 요청을 거듭했다. 아울러 허 전 이사장은 무선도청 탐지장치가 국가예산으로 구매가 불가하자 의원들에게 상임위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심사 과정에서 관련 예산의 증액까지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허 전 이사장은 청탁과 알선의 대가로 C씨에게서 매출액의 10~20%를 받은 것으로 검찰은 내다봤다.
검찰 수사 단계에서 허 전 이사장의 청탁·알선 혐의가 추가도 드러났다. 검찰은 허 전 이사장이 공범 B씨와 공모해 생태계보전협력금 반환사업 대행사의 부탁을 받고 국회의원과 지자체장에게 대상지 선정을 청탁하며 2억5,000만원을 받고 1억원 상당을 수수하기로 약속했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허 전 이사장은 2018년 5월 공범 C씨와 함께 음식물 쓰레기 처리업자로부터 부탁을 받고 서울시 공무원을 상대로 음식물 쓰레기 침출수 처리장을 가까운 곳으로 변경해달라고 청탁하며 3,000만원을 수수하고 1억원을 받기로 약속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허 전 이사장이 다수의 국회의원과 지자체장들과의 폭넓은 인맥을 이용해 청탁과 알선에 나섰다고 보고 있다. 검찰 조사 단계에서 한 국회의원의 보좌관은 “허 전 이사장의 인맥을 고려해 그의 부탁을 쉽게 무시할 수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 관계자는 “장기간에 걸쳐 지인인 국회의원과 지자체장들에게 다양한 사업형태에 대해 청탁·알선하고 거액의 대가를 수수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해당 국회의원들에 대한 조사도 마쳤다”고 밝혔다.
/심기문기자 do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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