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당내 일부 초선에게 내년 4월 열리는 서울특별시와 부산광역시 시장 재보궐선거를 준비하라고 제안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 위원장은 2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당내에서 나올 수 있다고 확신한다”면서 서울시장과 관련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 외부인 영입설을 두고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이날 회견에 앞서 이미 당내 초선 일부에 재보궐선거 후보를 제안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의힘이 정치 신인을 내년 재보궐선거에 내세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나가보는 게 어떤가” 김종인이 직접 제안해
실제 A 의원실은 이미 내년 재보궐선거를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는 말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해당 의원실의 관계자는 “현재 국정감사 중이고 내년 재보궐선거 준비는 사실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정치 신인인 초선 의원들에게 직접 내년 재보궐선거에 도전하라고 사실상 ‘지시’를 한만큼 당내에서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후보군에 초선 의원들이 대거 편입될 가능성이 커졌다. 서울이 지역구인 초선은 5명, 부산은 9명이다.
2000년 ‘미래연대’식 소장파 거물들 키우나
김 위원장은 취임 100일 동안 당의 기본 노선인 정강정책에 △약자와의 동행과 △경제민주화 △노동 존중 △지역주의 타파 등을 명시했다. 당명도 국민의힘으로 변경해 ‘자유한국당’ 식의 이념적 정당과 외형적으로 거리를 두는 데 일단 성공했다. 새 정강정책과 당명 변경은 당 전국위윈회에서 90% 이상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의결됐다.
이에 더해 대통령 후보로 가는 ‘레드카펫’인 서울시장과 당의 텃밭인 영남권의 ‘얼굴’로 불리는 부산시장에 초선을 낙점하면서 김 위원장이 당내 정치신인들을 지난 2006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탄생시킨 ‘소장파 그룹’으로 키우기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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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0년 1월 과거 한나라당에서는 ‘미래를 위한 청년연대’가 발족했다. 미래연대는 창립 정관에 “젊은 세대에 희망을 주는 새로운 정치세력을 창출하는 주체가 되겠다”고 명시한 뒤 △5·6공 인사 용퇴론 △노장 퇴진론 등 ‘세대교체론’을 주장하며 당 혁신에 앞장섰다. 이때 미래연대를 주도한 오세훈·원희룡·남경필 등 초선 정치인들은 이후 서울시장에 오르거나 다선 의원을 거쳐 제주도지사와 경기도지사 등 거물 정치인으로 성장했다. 김 위원장이 ‘초심만리’, ‘명불허전’ 등 당내 모임을 주도하는 초선 의원들에게 힘을 실어 세대교체는 물론 정치 신인 키우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여건도 마련돼있다. 국민의힘은 전체 의석 103석 가운데 절반을 넘는 58석(지역구 40명·비례대표 18명)이 초선 의원이다.
서울·부산 정치환경 달라 신인 나설지에 주목
문제는 초선 의원들이 서울과 부산 광역 지자체장 선거에 호기롭게 뛰어들지 여부다. 공직선거법(제53조)은 국회의원이 지방자치단체장의 선거에 입후보하려면 선거일 30일 전에 직을 그만두게 명시했다. 내년 4월 7일로 예정된 재보궐선거에 나가려면 국회의원을 3월 초에 사퇴해야 한다. 의원직을 1년도 못 채우고 직을 내려놓는 셈이다. 물론 이는 당의 공식 후보가 될 때나 가능한 일이다.
더 나쁜 시나리오는 경선에서 낮은 지지를 받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광역 지자체장 후보자를 당헌(제69조)인 대통령 후보자 경선 방식을 적용해 선출한다. 선거인단(전당대회 대의원·책임당원·일반당원) 투표결과 50%와 여론조사 결과 50%를 반영해 최다득표자를 후보자로 선출하게 규정돼있다. 선거인단은 지역 당협위원장의 입김을 크게 받는다. 당의 중진인 당협위원장들이 초선 후보를 반대하고 나서면 최종 후보로 선출되기 어려운 구조다. 국민의힘은 이 같은 문제를 고려해 최근 경연프로그램 ‘미스터트롯’과 같이 100% 국민경선으로 후보를 선출하는 방식으로 개편을 고려하고 있다.
그럼에도 당의 초선들이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경선에 나서면 실보다는 득이 클 것이라는 판단도 있다. 경선이 흥행한다면 단숨에 전국 정치인으로 입지를 다질 수 있어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서울 지역의 초선 의원은 다음 선거에서 또 다시 공천을 받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는 만큼 경선에 나가 입지를 키우는 것이 유리하다”면서도 “하지만 부산은 초선이라도 3선까지 도전한 뒤 중진급 의원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이 열려있는 상황에서 초선 의원이 무턱대고 나설 동력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당 지도부인 김 위원장이 힘을 얼마나 실어주느냐에 달렸다는 평가다. /구경우·김혜린 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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