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서모(27)씨의 군 특혜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해당 사건의 이해 충돌 여부를 유권 해석해야 할 국민권익위원회도 예상보다 더 신중하게 사건을 바라보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의혹이 추가되다 보니 이를 종합적으로 살핀 뒤 결론을 내겠다는 입장이다.
8일 정계에 따르면 권익위는 추 장관과 서씨 관련 의혹들에 대한 야당의 유권 해석 문의 답변을 준비 중이다.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실은 앞서 지난 3일 권익위에 ‘검찰의 추 장관 아들 미복귀 사건 수사가 이해 충돌에 해당하는지’ ‘추 장관이 아들 휴가 민원 해결하기 위해 보좌관을 통해 군에 연락한 것이 청탁금지법 위반이 아닌지’ ‘직무관련성이 있지는 않은지’ 등을 질의했다. 국민의힘은 권익위를 통해 추 장관의 직무배제를 추진하고 있다
다만 통상적으로 국회가 유권 해석 문의를 할 경우 빠르면 2~3일 내에 답변을 주지만 이번 건에 대해선 그 기간이 유독 길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야당에서는 여당 정치인 출신인 전현희 권익위원장이 정치적 판단을 해 결단을 미루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성 의원실 관계자는 “담당 부서에서 답변은 준비됐다고 들었는데 위원장 결재를 받아야만 제출할 수 있다고 들었는데 이는 처음 보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권익위는 그러나 야당 측이 질의한 당시보다 추 장관 관련 의혹이 더 늘어나면서 이를 실무 차원에서 추가로 살피느라 답변이 늦어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의혹이 계속 늘다 보니 법리 검토 범위도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관계에서는 권익위가 늦어도 이번 주 안에는 답변을 전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기간을 넘어서면 권익위도 정치권의 눈치를 본다는 시각에서 자유롭기 어려워질 공산이 크다.
실제로 서씨 관련 의혹은 지금도 매일 같이 늘고 있다. 우선 추 장관이 더불어민주당 대표였을 당시인 지난 2017년 6월 보좌관이 서씨가 휴가에서 복귀하지 않는 것에 대해 군부대에 전화를 걸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있다. 추 장관은 인사청문회 때 해당 의혹을 부인했지만 보좌관이 군부대에 전화해 휴가 연장을 문의했다는 폭로가 나오면서 야당의 고발이 이어졌다.
이어 서씨를 평창동계올림픽 통역병으로 선발해달라는 청탁이 군에 들어왔다는 추가 폭로가 나왔다. 이 의혹은 김남국 민주당 의원이 “(보좌관이) 전화한 게 맞지만 외압은 아니었다”며 일부 사실을 인정해 더 증폭됐다. 7일에는 서씨 자대 배치를 의정부에서 용산으로 옮겨달라는 청탁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지 8개월 동안 서씨를 소환조사도 하지 않은 점도 논란거리다.
아들뿐 아니라 2017년 당시 보좌관이 프랑스 유학을 준비 중이던 추 장관 딸의 비자를 빨리 내 달라고 외교부를 통해 청탁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편 지난해 10월 조국 사태 당시 박은정 전 권익위원장은 국회에서 “법무부 장관 배우자가 검찰 수사를 받는 경우 장관과 배우자 사이에 직무 관련성이 있을 수 있다”며 “이해 충돌이나 직무 관련성이 있을 땐 신고를 해야 하고 경우에 따라 직무 배제 또는 일시 정지 처분이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윤경환·김인엽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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