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7일 재난지원금 ‘선별 지원’ 논란과 관련해 “국민 모두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는 의견도 일리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현실적으로 재정상 어려움이 크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재난지원금 선별지원 비판을 두고 여권 내 논란이 커진 것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일리가 있다”면서 이 지사의 발언에 공감을 표했으나, 청와대 내부에서는 여전히 불편한 기색도 엿보인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위기 대응에 ‘정답’은 없는데 이를 지나치게 ‘정치 쟁점화’하고 있다는 문제 의식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4차 추경의 재원을 국채를 발행하여 충당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면서 “피해 맞춤형 재난지원은 여러 가지 상황과 형편을 감안하여 한정된 재원으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고 밝혔다.
국가 재정 건전성에 대해 “매우 건전하다”고 거듭 자신했던 문 대통령이 재정의 어려움을 호소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전례 없는 4차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따른 급속한 재정 소요에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도 풀이된다. 실제 4차 추경을 전액 국채 발행으로 충당할 경우 국가채무는 850조원대에 육박할 전망이며, 올해 성장률이 추락할 경우 국가채무비율 상승 역시 불가피한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우리가 아직도 코로나 위기 상황을 건너는 중이고, 그 끝이 언제일지 알 수 없다는 상황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위기 대응을 위해 ‘실탄’을 아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 19 위기 속 힘을 결집해야 할 범 여권이 저마다의 ‘색깔내기’로 분열하는 것을 막고, 재난지원금을 둘러싼 논란을 일단락 짓자는 취지로도 해석된다.
청와대 역시 재난 지원금 논란을 두고 표면적으론 신중한 접근을 하고 있다. 하지만 차기 대선 주자인 이 지사의 ‘차별화’ 행보에 따른 ‘소모전’이 결코 반갑지는 않은 눈치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이 지사의 발언과 관련해 “정치하는 분이 여러 가지 말을 할 수 있다”면서도 “청와대가 답변할 사항이 아니다”고 말을 아꼈다. ‘정치인 이재명’의 독자적 행보와는 어느 정도 선을 긋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다만 실무 선에서는 이 지사 발언과 관련해 “지나치게 자기 확신에 가득 차 있다” 거나 “정치를 할 시기가 아닌데 정치를 하고 있다”는 등의 목소리가 나온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전례 없는 위기 상황이니 만큼 지금은 힘을 모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지사가 본인의 정치적 차별화보다는 수도권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 정부 정책에 힘을 실어줘야 할 시기라는 것이다.
이 지사는 그동안 2차 재난지원금도 1차와 마찬가지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급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당정청이 지난 6일 피해가 집중된 계층으로 지원 대상을 한정한다는 방침을 밝히자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성토의 글을 올렸다.
이 지사는 특히 “분열에 따른 갈등과 혼란, 배제에 의한 소외감,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나아가 국가와 공동체에 대한 원망과 배신감이 불길처럼 퍼져가는 것이 제 눈에 뚜렷이 보인다”고 적어 여권 내 파란을 일으켰다.
논란이 확산되자 이 지사는 전날 또 다른 글을 통해 “정부 여당의 최종 결정에 성실히 따를 것”이라며 “국가 지원책이 국민께 신속하게 파고들 수 있도록 최전선에서 집행을 지휘해나갈 것이며 이는 변함없는 저의 충정”이라고 진화한 바 있다.
/윤홍우·허세민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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