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로 이익을 얻는 조직에서 일하는 것을 더 이상 참을 수 없기에 그만둡니다”
페이스북 안에서도 급여가 가장 많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한 직원이 지난 8일 올린 사직의 글이 사내 네트워크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글쓴이는 남아시아 출신으로 시애틀에 거주하는 아쇽 찬드와니(28).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9일 “점점 ‘증오의 안식처’로 변해버린 페이스북에서 불안과 불만을 안고 일했던 그가 결국 이날 사직했다”고 전했다.
페이스북은 이번 내부 게시판 논쟁에 “우리는 증오로 돈을 벌지 않는다”고 해명해지만, 미 정치권의 증오 및 인종차별적 발언에 대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의 방관자적 태도에 직원들의 불만은 급속히 커지고 있다. 찬드와니는 글에서 “시간이 지나면서 회사의 리더쉽이 공동체의 선보다 회사이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회사는 인종차별, 가짜뉴스, 폭력 선동의 플랫폼으로 부각되는 것을 막으려는 노력을 거의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최근 위스콘신주 케노사의 폭력을 언급하며 회사가 지난달 시위에 총을 가져오라는 민병대 단체행사 글을 삭제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찬드와니를 비롯해 직원들의 불만을 촉발시킨 것은 지난 5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약탈이 시작되면 총격도 시작된다”며 언급한 글이다. 사실상 대통령이 시위대를 향해 폭력 위협을 한 것으로 받아들여졌지만 이에 대해 저커버그는 “정치적 발언에 대해선 판단을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이에 직원들은 “혐오 발언을 언론 자유와 비교해선 안 된다”면서 저커버그를 강하게 비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페이스북이 4년전 대통령 선거에서 가짜뉴스와 러시아의 허위정보를 증폭시켜 트럼프 진영의 표적 메시지를 유권자에게 전달하도록 허용한 점이 분명해졌고 이로 인해 내부 갈등이 증폭되고 있으며 이후 5만2,000명의 직원들 사이에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페이스북 안팎의 비판에 대해 저커버그 뿐 아니라 그의 주변 인물에서 원인을 찾는 시각도 있다.
주목받는 인물중 하나가 글로벌 정책담당 부사장을 맡고 있는 조엘 카플란이다. 조지 부시 대통령 보좌관을 역임했던 인물이다. 카플란은 최근 페이스북이 다른 진보성향인 실리콘밸리 다른 기업들과 달리 ‘중립적인 플랫폼’이란 점을 부각하는데 애쓰고 있다.
페이스북의 시련은 현재진행형이다. 지난달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과 이어진 시위 속에서도 페이스북이 인종차별 등 증오를 조장하는 게시물에 대해 적극적인 조처를 하지 않았다는 비난이 일면서 기업들은 페이스북 광고를 줄줄이 끊고 있다. 컬러 오브 체인지(Color of Change) 등 미국 시민단체들은 지난 6월부터 기업들에게 페이스북에 광고를 중단하라고 촉구하는 캠페인을 이어가고 있다.
찬드와니는 “많은 페이스북 직원과 ‘컬러 오브 체인지’와 같은 외부 옹호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페이스북은 역사의 잘못된 편에 서고 있다”고 말했다. /박현욱기자 hwpark@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