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불경기에도 일명 ‘포·람·벤(포르쉐·람보르기니·벤틀리)’으로 불리는 고가 스포츠카의 판매량은 날개 돋힌 듯 급증하고 있다. 수입차 시장의 성장세에 더 이상 남들과 같은 차를 타는 것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는 ‘플렉스(Flex)’의 열풍까지 더해지며 억(億)’ 소리나는 고급 자동차 시장이 질주하고 있는 것이다.
13일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연초 이후 지난 8월까지 포르쉐는 5,841대가 판매되며 지난해 동기(3,180대) 대비 84%가 늘었다. 벤틀리는 201대가 팔리며 지난해 같은 기간(73대)보다 175% 성장했고, 람보르기니 역시 193대가 판매되며 168%가 증가했다.
‘포람벤’은 합리적인 가격에 다양한 모델을 갖춰 ‘플렉스’ 열풍을 제대로 이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동안 고가의 세단 차량이 주력 모델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실용성과 차별성을 강조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을 잇따라 출시했고, 가격대도 다른 모델 대비 대폭 낮춘 덕분에 고객들의 구매가 이어졌다. 올해 최대 실적이 예상되는 포르쉐는 주력 모델인 SUV 마칸과 카이엔, 카이엔쿠페 가격대가 최소 7,000만원대에서 1억원대로 형성돼 있다. 인기모델인 현대자동차의 GV80이 평균 6,000만~7,000만원대 임을 감안하면 ‘합리적’인 셈이다. 다른 수입차 브랜드와 비교해서도 마찬가지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GLE(9,000만~1억초반대), BMW의 X5(1억원대) 등을 고려할 경우 포르쉐의 구매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람보르기니 역시 우라칸이나 아벤타도르가 최소 3억원에서 7억원대인 반면, SUV 모델 우루스는 2억5,000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다. 벤틀리에서 가장 많이 팔린 벤테이가 V8은 2억1,000만원대에 살 수 있다.
슈퍼카 브랜드의 판매량이 급증하다 보니 벤츠, BMW 등 다른 수입차 브랜드 역시 그 수요를 만족하기 위해 고성능 차량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벤츠는 ‘AMG’ 브랜드를 내세워 독자 개발된 차량 GT를 시작으로 63, 53, 45, 43, 35 라인업을 갖췄고, BMW는 모터스포츠 기술을 접목한 ‘M’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특히 BMW는 기존 오리지널 M모델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한 M퍼포먼스 모델도 생산하고 있다. 오리지널 M 차량도 한 단계 상위 버젼인 컴피티션 모델, 더욱 강력한 성능인 GTS 모델, 최상위 모델인 BS모델 등 성능별로 세분화해 다양한 고객 입맛을 공략하고 있다.
/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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