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미국 연방대법원 대법관의 별세가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에도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미국 CNBC방송은 지난 18일 긴즈버그 대법관이 별세한 이후 대선 유권자 등록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권자 등록 사이트인 보트닷오르그는 긴즈버그 대법관 별세 직후였던 지난 19∼20일 4만명 이상이 이 단체 홈페이지를 통해 유권자 등록 절차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 주말에 비해 68% 급증한 수치다. 우편투표 요청도 3만5,000여건 이상 접수되며 전 주말에 비해 42% 늘었다. 다른 유권자 등록 단체인 보트세이브아메리카(Vote Save America)에도 지난 18∼20일 3,400명의 신규 유권자가 등록, 전주에 비해 5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표 단체인 록더보트(Rock the Vote) 역시 웹사이트 접속량이 유권자 등록일이었던 지난 22일 올 들어 가장 많은 수준을 기록, 지난 3월 ‘슈퍼 화요일’ 당시의 기록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록더보트의 캐럴린 디윗 회장은 “긴즈버그 대법관의 별세가 유권자들, 특히 대법원의 역할을 잘 알고 시민권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충격요법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에 대선 후원금이 몰리는 현상도 나타났다. 민주당 온라인 모금 플랫폼인 액트블루(ActBlue)에 따르면 긴즈버그 별세 이후 며칠간 민주당은 최소 1억달러를 모금한 것으로 집계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액트블루의 시간당 모금액이 긴즈버그 대법관의 별세 소식 직후였던 지난 18일 오후 9시 620만달러로 신기록을 세웠고, 한 시간 뒤인 오후 10시 630만달러로 다시 기록을 갈아치웠다고 보도했다. 긴즈버그 대법관의 별세를 계기로 민주당 유권자들 사이에 대법원에 대한 인식도 변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닝컨설트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유권자 가운데 대법원 문제가 ‘매우 중요하다’고 여기는 이들은 긴즈버그 별세 전 48%에서 별세 이후 60%로 늘었다고 CNBC는 전했다.
일각에서는 긴즈버그 별세가 대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민주당 지지층은 지난 5월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등 굵직한 이슈가 있을 때마다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하지만 진보의 아이콘이라고 불렸던 긴즈버그 대법관의 위상과 대법관 후임 인선을 놓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이 정면 충돌하고 있는 만큼 과거보다 더욱 단단한 결집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긴즈버그의 시신이 안치된 워싱턴DC 연방대법원 앞 광장은 수많은 조문객이 놓고 간 꽃과 촛불로 뒤덮이는 등 추모 열기도 달아오르고 있다.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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