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한 명 월급이라도 보탤까 해서 재난지원금 어떻게 받는지 시에 문의하니 예식장은 매출 기준이 넘어서 못 받는다고 하네요. 룸살롱도 받는다는데 너무한 거 아닌가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예식장이 이번 2차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할 것으로 나타나 업계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 후 한 달 넘게 영업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정부의 지침을 따랐지만 정작 최소한의 보상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 23일부터 특별피해업종 소상공인에게 2차 재난지원금(새희망자금)을 지급하기 위해 문자 메시지 안내와 온라인 신청을 받고 있는 가운데 절대다수의 예식장은 매출 기준에 해당하지 않아 지원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예식장에 포함된 뷔페는 노래연습장, PC방, 300인 이상 대형학원 등과 함께 ‘특별피해업종’에 해당한다. 연매출 10억원 이하에 종업원 5인 미만이면 200만원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대부분 예식장은 이 기준을 넘는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국예식업중앙회 관계자는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를 설정할 때부터 정부·여당과 논의 과정에서 영업제한이 명백한 예식장과 예식장 뷔페는 당연히 지원받는 것으로 여겨왔다”면서 “하지만 막상 신청하려고 해보니 매출 기준이 최소 수준인 연매출 10억원 이하라 전국적으로 이에 해당하는 예식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뷔페는 예식장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서울은 40억원 이상, 지방도 25억원 안팎의 매출이 평균”이라며 “정부로부터 코로나19란 특수 상황이니 감내해달라고 요구만 받고 정작 지원 기준은 현실에 맞추려 하지 않아 실망감이 크다”고 강조했다. 실제 이번 2차 재난지원금의 지급 매출 기준은 헌팅포차·감성주점 등은 뷔페와 같은 10억원이고 노래연습장·콜라텍은 30억원, 직접판매홍보관은 50억원으로 더 높다.
중기부 관계자는 “새희망자금은 영세 소상공인을 우선 지원하는 데 목적을 뒀다”면서 “매출 기준이 넘는 업장은 소상공인이 아닌 소기업으로 보고 긴급경영안정자금 등 저금리 대출 지원을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 웨딩홀 대표는 “남은 직원 임금부터 주려고 개인 신용 대출까지 끌어다가 쓰며 폐업을 고민하는 상황에서 추가 대출이 해법이 될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 같은 예식업계의 불만은 정부의 연이은 고통 분담 요구가 누적된 게 원인으로 지목된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직후 결혼식 인원은 50인으로 제한되고 뷔페는 영업이 중단됐다. 이후 각 예식장은 자체 비용을 들여 방역 시설을 갖추고 뷔페를 대신해 소규모 일반 식사나 답례품으로 대체해왔다. 여기에 지난 10일 공정거래위원회가 결혼 연기나 취소, 최소 보증인원 변동에 따른 위약금을 예식장 측이 일부 부담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늦게나마 내놓았다. 한 대형 웨딩업체 관계자는 “표면적인 영업 제한으로 인한 손실에 더해 종합적인 피해가 막심한 데 정부로부터 적절한 보상은 전혀 언급이 없다”면서 “정부가 뒤늦게 가이드라인이라도 마련했지만 여전히 현장은 고객과 협의하느라 담당 직원들은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중”이라고 하소연했다.
실제 예식업중앙회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연내에 서울권에만 31개 웨딩홀이 폐업이 확정됐다. 또한 한국소비자원 기준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격상된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24일까지 예식서비스 관련 소비자 상담은 1,838건 발생했으며, 지난 10일 공정위의 위약금 가이드라인이 나온 뒤로도 2주 동안 평년보다 많은 308건의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
/이재명기자 now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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