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별세한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고인을 추모하면서도 남겨진 사법리스크에 대응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지난 2~3년간 이 부회장을 옥죄어온 사법 이슈인 ‘국정농단 사건’과 ‘삼성물산 합병’ 문제가 어떻게 풀리느냐에 따라 삼성그룹뿐 아니라 관련 산업분야 전반에 적지 않은 여파가 미치게 된다.
우선 현안으로 닥친 것은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이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송영승·강상욱 부장판사)는 26일을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 공판 준비기일로 지정한 상태다. 해당 재판은 지난 1월17일 공판을 마지막으로 표류해왔다. 재판부가 준법감시위원회의 실효성을 양형에 반영하기로 입장을 밝히자 특검 측이 편파적 재판 진행 우려를 나타내며 재판부를 기피해와서다. 재판부는 준법감시위 운영을 점검할 전문심리위원 3명을 지정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상태다. 특검 측은 관련 절차가 협의 되지 않아 전문심리위원 지정 취소 요청을 제기하기도 했다.
특히 재판부는 이번 공판 준비기일에 이 부회장의 출석을 요구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라 공판 준비기일은 피고인이 출석할 의무가 없지만 출석을 요구해 재판부가 향후 재판 절차를 더는 미뤄서는 안 된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이 부회장의 출석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됐으나 이번 부친의 별세로 빈소를 지켜야 해 출석은 어려워졌다.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태평양 측은 25일 “불출석 사유서를 낼 것을 논의 중에 있다”고 전했다. 26일 오후2시 시작하는 재판을 앞두고 이 부회장 변호인 측은 불출석 사유서를 늦어도 당일 오전 중 낼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대법원은 파기환송을 결정하면서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최순실) 측에 뇌물을 공여한 금액으로 50억원을 추가로 인정해야 한다고 명시해 이 부회장에 대한 실형 선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삼성이 대내외 경영환경 악화로 부침을 겪는 와중에 이 회장의 별세로 동정여론도 커지는 만큼 재판부로서도 실형 선고에 대한 부담감을 안고 있을 수 있다.
한편 이 부회장의 삼성물산 불법 합병 혐의 사건도 재판이 시작돼 긴 법정 싸움이 예고된다. 22일 첫 공판 준비기일에 이 부회장 측은 “검찰이 제시한 공소사실을 전부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사건은 사회적·경제적 파장이 큰 사건이므로 신속하고 집중적인 심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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