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10년간 100조원 규모의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열릴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국내 기업인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셀트리온(068270) 등이 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의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18년 15% 수준에서 올해 25%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2025년 매출 규모는 2018년 대비 약 7배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은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중 상당수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생산하거나 허가를 받고 있다. 안과질환 치료제 ‘루센티스’, 혈액질환 치료제 ‘솔리리스’, 안과질환 치료제 ‘아일리아’, 골격계질환 치료제 ‘프롤리아’,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바이오의약품의 특허 만료가 대부분 2020~2025년에 집중돼 있어 특허 만료 시 두 기업이 재빠르게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통상 신약은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하기 위해 오랜 기간 임상 단계를 거쳐야 한다. 이런 이유로 오리지널 의약품이 개발에만 8~10년이 소요되는 반면 바이오시밀러는 7~8년으로 개발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다. 개발비용은 오리지널의 8분의1 수준으로 매우 저렴하다. 이미 오리지널 의약품을 통해 안전성이 증명된 만큼 바이오시밀러는 ‘동등성’만 입증하면 되기 때문에 임상 성공 확률도 50~75%로 높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 초기부터 이 같은 이점을 간파하고 유럽·미국 시장에 진출한 실질적인 개척자다. 셀트리온은 얀센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를 특허 만료 시점인 2013년에 유럽에 출시했다. 현재 램시마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55%에 달한다. 오리지널 약인 레미케이드(27%)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바이오시밀러 진입으로 오리지널인 레미케이드 매출액은 2014년 92억달러에서 2019년 48억달러까지 감소했다. 같은 기간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 제품 ‘트룩시마’는 오리지널인 리툭산(36%)과 유사한 37%를 점했고 허쥬마의 유럽 지역 바이오시밀러 점유율은 1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역시 엔브렐·레미케이드·휴미라·허셉틴·아바스틴 등 ‘블록버스터 신약’의 바이오시밀러에 대해 미국·유럽 등에서 판매 허가를 받았다. 삼성은 후발주자지만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 빠른 속도로 시장에 진입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16년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베네팔리’를 유럽에 내놓는 것을 시작으로 현재 9개의 파이프라인을 가동하고 있다. 또한 이달 13~15일 비대면으로 개최되는 미국 안과학회(AAO)에서 루센티스의 바이오시밀러 ‘SB11’의 임상3상 최종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회사 측은 “임상 결과 의약품 효능 및 약동학, 면역원성 안전성 등에서 동등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루센티스는 로슈와 노바티스가 판매 중인 안과질환 치료제로 지난해 기준 연간 4조6,000억원어치가 팔렸다.
바이오시밀러는 향후 10년간 사실상 바이오의약품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특허 만료 제품이 쏟아지면 수많은 다국적기업이 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이유로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공장 증설 등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최근 “2030년까지 바이오·제약산업에 4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셀트리온은 이 중 25조원가량을 바이오의약품 사업에 투입할 계획이다. 면역항암제를 포함한 2세대 바이오시밀러 20개를 개발하고 100만ℓ급 바이오의약품 생산설비를 갖출 예정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안과 및 희귀질환 치료제와 근골격질환 치료제 개발 등을 통해 향후 미국·유럽 시장에 추가로 진출할 계획이다. 나아가 규모가 큰 중국·브라질 시장 등에도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등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아울러 바이오시밀러를 생산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생산공장을 추가로 건설하는 등 몰려드는 수요에 대비한 설비 확대에 나서고 있다.
국내 다른 제약·바이오 기업도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알테오젠은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SC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개발하는 글로벌 제약사와 제형 변경 기술이전 논의를 시작했다. 바이오종근당·동아에스티·에이프로젠 등도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뛰어들었다.
국내 기업이 뒤처져 있던 바이오 분야에서 선전하면 앞으로 수출 규모가 커지고 일자리 창출 등 경제 선순환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바이오시밀러의 해외시장 판매 및 의약품 위탁생산(CMO) 수요 증가 등의 영향으로 국내 의약품 수출은 지난해 9월 4억5,200만달러에서 8억3,500만달러로 두 배가량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오리지널보다 개발비용과 약가가 낮은 바이오시밀러는 필수적인 사업으로 특허 만료 시점이 도래하면 바이오시밀러의 시대가 올 것”이라며 “국내 선두 기업이 공장 가동률을 높이고 있어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견조한 실적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지혜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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