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1년 가까이 멈추지 않자 자영업자들이 폐업을 잇따라 결정하면서 업소용 요리 기구, 집기 등을 헐값에 매물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해 기준 중고 시장 거래 가격보다 50%나 하락해도 매물이 워낙 많아 거래가 쉽게 되지 않을 정도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장기화에 자영업자들이 폐업을 결정하면서 업소용 요리 기구, 주방 용품 등이 중고 매물이 갈수록 쌓여가고 있다. 파는 물건이 워낙 많다 보니 중고 거래 가격도 비정상적이다.
지역 중고거래 기반 플랫폼 당근마켓에도 업소용 물품 매물이 대규모로 등록되고 있다. 일례로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린나이 업소용 가스식 튀김기 RFA-228G’ 모델이 30만원에 팔렸다. 이 모델의 신제품 가격은 95만원 수준이다. 70% 가까이 할인된 가격이다.
코로나19 이전 평소 중고가격과 비교해도 격차가 크다. 한 중고거래 업체 대표는 “이 모델의 경우 지난해만 해도 약 50만원 안팎에 거래가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중고 거래된 가격에서도 절반 가까이 빠진 것이다.
또 커피전문점용 커피머신 제품인 ‘프로맥 그린미플러스 커피머신’도 중고로 100~120만원대 매물이 속속 나오고 있다. 신제품은 600만원대에 코로나19 전만 해도 중고가로 적어도 200만원 이상에서 거래됐다. 튀김기처럼 지난해 중고거래 가격에서 반토막 수준에 매물이 나온 것이다.
또 업소용 어묵 조리기로 유명한 애니에스티 자동 어묵조리기 역시 신제품 가격은 38만원 정도인데 현재는 4~5만원에 중고거래가 되고 있다. 이 제품 역시 당근마켓에서 코로나19 전인 지난해 중고거래가인 10만원 선에서 거래가 됐다. 이 역시 지난해 중고가격 대비 50% 가량 할인돼 판매되고 있다. 신제품에서 중고가 되는 순간 가격이 50%가량 하락하는데 코로나19 사태로 평소 거래되던 중고가격에서 또 다시 50%나 할인되는 것이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라 장사를 접는 자영업자들이 최근 급증하기 때문이다. 실제 네이버 최대 자영업 커뮤니티의 점포 매물 장터에선 11월에만 1,650여개 점포 매물이 쏟아졌다. 이 커뮤니티 기준으로 올해 가장 많은 수준이다. 지난해 11월 대비 240%나 늘어난 수치다.
실제 자영업자들의 손실은 이제 회복 불가 수준이다. 65만 자영업자 매출 데이터를 관리하는 한국신용데이터에 따르면 지난주(11월23~29일) 종로구, 중구, 마포구 등 서울 주요 상권의 식음료 업종은 전년 대비 30% 가량 매출이 하락했다. 통상 매출이 평년 대비 20%만 하락해도 바로 적자로 돌아선다는 점을 보면 이미 경영 한계 상황은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박호현기자 green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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