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가 내년 1월부터 산유량을 현재 수준보다 하루 50만 배럴 늘리기로 합의했다. 당초 하루 200만 배럴을 증산하기로 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원유 수요 감소를 고려해 증산 규모를 줄이기로 한 것이다.
러시아 타스통신은 OPEC+ 석유 장관들이 3일(현지 시간) 화상회의 형식으로 내년도 산유량 결정을 위한 회의를 열어 이같이 합의했다고 복수의 OPEC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하기 위한 회의도 매달 열기로 했다. 이에 따라 OPEC+는 내년 1월부터 감산 규모를 기존의 하루 770만 배럴에서 720만 배럴로 줄일 예정이다. 하루 720만 배럴은 글로벌 수요의 7%에 해당한다.
당초 OPEC+는 지난 4월 감산 합의에 따라 하루 970만 배럴 감산에 들어갔으며 8월부터는 하루 770만 배럴로 감산량을 줄였다. 원래 내년 1월부터는 하루 200만 배럴을 증산해 감산량을 하루 580만 배럴로 더 줄일 방침이었지만 이날 회의에서 하루 50만 배럴의 소규모 증산으로 선회했다. 이는 아직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석유 수요 감소 추세가 크게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꺼번에 하루 200만 배럴을 증산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한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더욱이 점진적인 증산을 원하는 러시아와 달리 사우디아라비아가 현행 수준의 감산을 3개월 연장할 것을 주장하면서 대규모 증산에 대한 합의가 불가능했다.
시장은 원유 공급이 늘어나지만 폭은 크지 않다는 점에 안도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0.8% 오른 45.6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리스태드에너지의 원유 시장 선임 분석가인 파올라 로드리게스 마시우는 “1월의 50만 배럴 증산은 시장이 두려워하던 악몽까지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증산 규모가 하루 50만 배럴에서 점진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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