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의 ‘대명사’라고 할 만 한 차를 꼽아야 한다면 메르세데스-벤츠의 E클래스가 아닐까. BMW 5시리즈가 강력한 경쟁자이지만 최근의 대세로는 역시 벤츠, 그 중에서도 대표 모델 E클래스를 꼽지 않을 수 없다. 수입차 최초로 단일 모델 10만 대 판매를 돌파했고, 지난 달에도 3,423대가 팔리며 5시리즈(2,222대)보다 50% 이상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비교적 작은 내수 시장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E클래스가 많이 팔리는 나라다.
그런 E클래스가 더욱 강력해진 모습으로 나타났다. 2016년 출시된 10세대 모델의 부분변경 모델이다. 더욱 다이내믹해진 외관 디자인으로 E클래스 오너가 되길 원하는 젊은 소비자들을 공략할 태세다. 보닛 위의 두 개의 파워돔, 사다리꼴 모양의 다이아몬드 라디에이터 그릴이 날렵한 형상의 헤드램프와 어우러져 역동적인 느낌을 준다. 물론 기존의 비교적 중후한 전면부 외모를 좋아했던 소비자라면 조금은 가볍고 날렵해진 디자인이 아쉬울 수도 있겠다.
이번에 시승한 모델은 더 뉴 E350 4MATIC AMG 라인. 최고출력 299마력에 최대토크 40.8kg·m의 힘을 내는 차다. 웬만한 디젤 SUV의 토크에 프리미엄 세단의 승차감을 갖춰 밟고 돌리는 대로 차가 움직였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특유의 고급스러운, 그러나 조용한 배기음을 내며 쏜살같이 달렸고, 제동능력은 힘을 제어할 줄 아는 어른처럼 차를 멈춰 세웠다. 마치 운전자의 몸과 하나가 된 느낌. 물론 시승차의 가격은 8,880만원으로 E클래스의 엔트리 모델인 더 뉴 E250 아방가르드(6,450만원)보다 2,400만원 이상 비싸다.
진화한 E클래스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점은 다채로운 안전·편의사항이었다. 시승을 퇴근 후 차가 몰리는 시간의 서울 도심권에서 한 탓에 옆 차와의 간격이 꽤 좁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E클래스는 철옹성 같았다. 옆 차가 무리하게 끼어들면 운전자에게 성실하게 알려줬고, 더 위험한 상황에서는 아예 내 차를 멈췄다. 실제 올림픽대로로 진입하는 중에 직진 차량이 빠르게 지나가자 제동이 걸렸다. 이번 부분변경 모델에는 특히 측면 충돌이 임박했을 때 탑승자를 차량 안쪽으로 살짝 밀어주며 충격을 완화하는 프리-세이프 임펄스 사이드 기능이 추가돼 운전자의 편리한 주행을 돕는다. 다만 USB포트가 지원되지 않는 점은 불편했다. C타입 포트가 있지만 다양한 상황에서 범용성이 다소 떨어질 수 있다. 벤츠 마니아라면 ‘1등 다운’ 폐쇄성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다.
더 뉴 E 350 4MATIC AMG 라인에는 실내 공기질을 쾌적하게 유지해주는 ‘에어 퀄리티 패키지’도 탑재됐다. PM 2.5의 초미세먼지 센서를 통해 차량 내·외부의 초미세먼지 농도를 상시 모니터링하면서 초미세필터로 외부 먼지와 악취를 걸러낸다. 이 같은 특별한 기능이 바깥 세계의 ‘공격’을 막아주고 나파 가죽시트 등 고급스러운 실내 디자인과 어우러져 내 차의 안락함을 극대화해준다. 메르세데스-벤츠 측은 “에어 퀄리티 패키지는 한국 시장을 위해 특별히 개발된 기술로, 한국과 중국 시장에 출시되는 더 뉴 E-클래스 모델에만 제공된다”고 밝혔다.
E클래스가 왜 많이 팔리는지를 알게 해 준 시승이었다. E클래스는 잘 달리고 잘 서는 차의 본연의 기능뿐 아니라 차별화된 브랜드, 안락한 나만의 공간을 원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완벽하게 충족시킨다. 이를 생각하면 6,450만원부터인 가격도 감수할 수 있는 수준으로 느껴진다.
/박한신기자 hs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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