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상황이 부풀려졌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로 사망한 미국인이 35만 명을 넘어선 날 나온 대통령의 이 같은 주장에 보건 전문가들은 “죽음은 진짜 죽음”이라고 반발했다.
3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터무니 없는 측정 방법 때문에 미국의 ‘중국 바이러스’ 확진자 및 사망자 수가 과장됐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자국 보건 당국을 향한 불신을 공개적으로 표출하며 수치를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시작됐다며 줄곧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로 불러왔다.
존스홉킨스대에 따르면 이날까지 집계된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2,042만 7,780명이다. 미국의 전체 인구(약 3억 3,000명)를 고려하면 미국인 17명 중 1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된 셈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수는 이날 2,398명 추가돼 35만 186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확산이 악화일로로 치닫는 상황에서 나온 이 같은 발언에 전문가들은 반박했다. 미국 전염병 분야의 최고 권위자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이날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죽음은 진짜 죽음”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이어 “그들(의료진)은 매우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병상은 죽 늘어서 있다”며 “병상이 바닥났고 의료진은 부족하다. 이것은 진짜다. 가짜가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제롬 애덤스 공중보건서비스단(PHSCC) 단장도 이날 CNN방송에 출연해 “보건의 관점에서 볼 때 이 수치(코로나19 사망자 수)를 의심할 이유가 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대통령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대한 거짓말을 퍼뜨릴 때 외과의로서 어떤 심정인지 묻는 말에 “팬데믹에서 가장 힘든 일 중 하나는 정치 공세의 한가운데에서 미국인에게 정확한 건강 정보를 주려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대통령이 아닌 공중 보건 서비스를 대변한다”며 “사람들이 필요한 정보를 얻고, 손을 씻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키며 백신을 접종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곽윤아기자 o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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