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탄핵 열차가 출발했다. 민주당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내란을 선동했다며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것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도 탄핵 정국이 자신의 취임 초 국정을 방해하지 않을 것이라며 민주당에 힘을 실어줬다.
11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날 발의한 4쪽짜리 탄핵소추안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11·3 대선 결과 인증을 방해하기 위해 “미국을 겨냥한 폭력을 선동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내란에 관여한 자가 공직을 맡지 못하도록 하는 수정헌법 14조 3항에 따라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탄핵소추안에는 지난 6일 의회 난입 사건이 일어나기 직전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에서 “이번 선거로 우리가 이겼고, 압승했다”는 거짓말을 되풀이하고 “지옥처럼 싸우지 않으면 더는 나라를 갖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며 무법천지의 행동을 부추겼다고 적시돼 있다. 또 2일 대통령이 조지아 주지사에게 전화해 선거 결과를 뒤집을 증거를 찾아내라고 위협한 점도 합법적인 개표 인증 절차를 전복시키려는 행위였다고 쓰여 있다.
민주당은 12일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대통령의 직무 불능 시 대통령직 박탈을 명시한 수정헌법 25조 발동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처리하고 13일 탄핵소추안을 표결에 부칠 계획이다. 탄핵소추안이 하원을 통과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 역사상 처음으로 두 번 탄핵 소추되는 오명을 안게 된다.
바이든 당선인도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을 지지했다. 이날 델라웨어주 크리스티나 병원에서 화이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을 마친 바이든 당선인은 취임 초 정국이 탄핵 논란으로 묻히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하루의 반은 탄핵을 다루고 (나머지) 반은 지명자 인준과 부양안 추진에 쓸 수 있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이어 ‘의회 난입’ 사태에 책임이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 직에 있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고 격분했다.
다만 탄핵소추안이 상원 문턱을 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상원에서 탄핵이 확정되려면 전체 의원의 3분의 2가 넘는 최소 67명의 찬성이 필요한데 현재 민주당이 확보한 상원 의석은 50석에 불과하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대통령의 탄핵을 공개 지지하는 공화당 의원도 단 4명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상황을 염두에 둔 듯 트럼프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첫 탄핵을 막았던 짐 조던 공화당 하원의원에게 민간인 최고 영예인 ‘자유의 메달’을 수여했다. 백악관은 “지난해 초 조던 의원은 하원 법사위원회 공화당 지도부가 돼 탄핵 마녀사냥에 맞서는 노력을 이끌었다”며 “그는 자유를 사랑하는 모든 곳의 미국인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퇴임을 9일 앞두고 쿠바를 테러 지원국으로 재지정하기도 했다. 임기 내내 추진해온 ‘오바마 지우기’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 2015년 쿠바를 테러 지정국에서 제외한 바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 장관은 쿠바가 “국제 테러 행위를 반복적으로 지원한다”고 이번 조치의 배경을 설명했고 쿠바 정부는 미국이 “위선적”이며 “정치적 기회주의”라고 반발했다.
이번 조치는 쿠바와의 관계 개선을 원하는 바이든 차기 행정부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통신은 “바이든 행정부는 쿠바를 다시 테러 지원국에서 해제할 수도 있지만 공식 검토를 거치면 그 절차가 여러 달 지연될 수 있다”며 쿠바와의 갈등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곽윤아기자 ori@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