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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50명… 밥 한끼 못 먹는 이 이렇게 많다니"

22일 '명동밥집' 여는 한마음한몸운동본부 김정환 신부

무료급식 운영 전 도시락 나눠주자

문 열때마다 노숙자 150명씩 줄서

코로나로 어려움 겪는 소외계층

본래 자리로 돌아가는 게 목표

상황 개선되면 배식일수 늘릴 것

한마음한몸운동본부 본부장 김정환 신부.




“저희가 나누는 한 끼의 밥이 우리 사회의 곳곳에서 나눔이 이뤄질 수 있는 하나의 이정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를 이끄는 김정환 신부는 12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오는 22일 문을 여는 무료 급식소 ‘명동밥집’의 의미를 이같이 밝혔다.

명동밥집은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소외 계층을 위해 운영하는 무료 급식소로 옛 계성여중·고 자리에 마련됐다. 운영은 서울대교구 산하 한마음한몸운동본부가 맡는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지난 1988년 고(故) 김수환 추기경이 설립한 봉사 단체다. 그는 “김 추기경께서는 한국 천주교가 200여 년 역사 중 대부분 해외 원조를 받아왔으니 이제는 나누는 교회가 되자며 본부 설립을 주도했다”며 “그동안 해외 봉사, 장기 기증 등 다양한 사회 사목 활동을 해왔지만 따뜻한 한 끼를 나누는 것이 설립 정신에도 맞고 시대의 정신에 부합한다는 생각에서 무료 급식소 운영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립 취지를 설명했다.

명동밥집의 운영을 결정하게 된 배경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소외 계층의 어려움이 자리 잡고 있었다. 김 신부는 “명동은 한국 가톨릭에 있어 상징적인 곳이다. 한때는 소외되고 가난한 사람들이 찾던 곳이었고 민주화의 성지로도 불렸다”며 “명동성당이 들어선 후로 종교적인 기능을 수행해왔지만 코로나19 시대가 찾아오면서 나눔이 절실해졌다”고 설명했다.



명동밥집은 지난해 11월 15일 ‘세계 가난한 이의 날’에 맞춰 문을 열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미뤄졌다. 공식적인 운영 시작에 앞서 이달 6일부터는 SK그룹의 지원을 받아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명동 주변 지역 소상공인들에게 도시락을 주문하고 노숙인 등 취약 계층에 나눠주는 ‘소상공인 온기 배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매회 150여 명의 노숙인이 이곳을 찾고 있다.

김 신부는 “처음에는 명동밥집을 찾는 분들이 100명도 채 되지 않았지만 일 주일 새 150명으로 늘어났다”며 “우리 사회에 아직도 밥 한 끼를 못 먹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상황이 나아지면 따뜻한 실내 공간에서 식사를 대접할 계획”이라며 “다른 무료 급식소는 정해진 시간에 한 끼를 주지만 명동밥집은 식당처럼 언제든지 편한 시간에 오시면 식사를 하실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명동밥집은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실내 급식으로 전환해 매주 수·금·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무료 급식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 시간 안에는 누구나 자유롭게 찾아와 식사할 수 있다. 이후 주 5일로 배식 일수를 늘리고 여러 기관과 연계해 긴급 의료, 물품 지원, 목욕 및 이·미용 지원, 심리 상담 등을 진행하며 이용자들의 자활도 도울 계획이다.

그는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당시 ‘서울대교구가 세상의 누룩이 되길 바란다’는 글을 남기셨다”며 “명동밥집은 식사 한 끼를 대접하고 위로하는 것에서 끝내는 게 아니라 모든 이들이 자활을 통해 본래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밥집은 그 시작”이라고 말했다.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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