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의선사(1786~1866)는 조선 후기의 수행승이자 차문화를 부흥시켜 우리나라 다도를 정립하고 ‘초의차’를 완성한 인물이다. 평생의 친구가 된 추사 김정희, 유배생활을 하는 다산 정약용을 찾아가 배움을 주고 받으며 교류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초의선사는 선교융합 수행에 힘쓰며 수행의 맥락에서 차를 탐구하며 차문화를 일으켰다. '동다송(東茶頌)' '다신전(茶神傳)'과 같은 책을 통해 이론적 기반을 마련했고, 당대 이름난 사대부·스님들과 교류하며 지식인들의 중심축 역할을 했다.
초의선사의 다도는 범해(梵海), 원응(圓應) 스님에게 계승됐고, 응송 박영희(1893~1990) 스님이 이어받았다. 응송은 차와 선리(禪理)에 매진하면서 특히 초의선사 관련 자료와 차 연구에 힘을 쏟았다. 그는 1979년에 문하에 들어온 제자 박동춘(68)에게 1985년 전다게(傳茶偈)를 주면서 초의선사와 차에 관한 문헌자료를 물려주며 연구를 독려했다.
박동춘 동아시아차문화연구소장이 소장해 온 초의선사 관련 고문서 등 169건 364점을 국립광주박물관에 기증했다. 최근 기증식을 진행한 국립광주박물관 측은 "초의선사와 교유했던 인물들이 초의에게 보낸 편지와 시축이 기증유물의 주축을 이룬다"면서 "이를 통해 초의선사를 중심으로 전개된 당대 지식인들의 개인사와 각종 사건, 사대부가 가졌던 차에 대한 인식 등을 읽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기증유물 '변지화간찰(卞持和簡札)'은 진도 부사를 지낸 변지화가 초의선사에게 보낸 간찰인데, '스님의 편지를 받고 기거가 편하심을 알아 다행이며, 자신은 임기가 끝나 일단 짐을 다 싸 놓았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이 편지는 초의가 쓴 '동다송(東茶頌)'이 어떻게 저술됐는지에 대한 배경도 담겨 있어 귀한 자료로 평가된다.
금령 박영보가 1830년 초의차(茶)를 맛보고 탐미한 시를 쓴 것에 스승인 자하 신위가 화답해 시를 쓴 '남다병서첩'과 '남다시병서', 우봉 조희룡이 초의선사에게 교류를 청하며 보낸 글 '초의노사 향수 철적도인기' 등도 의미있는 유물이다. '청량산방시회축'은 1831년 정월 20~21일에 열린 청량산방시회에 참석한 6~7명의 사대부들이 지은 시를 기록한 시축으로, 초의와 사대부들의 교유 초기를 밝힐 수 있는 자료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초의선사 친필이 있는 풍수지리서 '직지원진(直指原眞)'은 초의선사가 풍수에 능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다. 오백나한도를 그린 '응진보첩(應眞寶帖)'은 초의선사 또는 소치 허련의 작품으로 추정된다. 초의선사가 사용한 것으로 전하는 인장 '일지암 삼보인', 옹기로 만든 '다관' 등도 기증유물에 포함돼 있다.
신라의 고승 의상대사가 지은 '백화도장발원문'은 고려시대 판본이라 특별한 가치를 지닌다.
박동춘 기증자는 “차를 비롯한 조선후기 문화의 연구에 유용한 자료로 활용되고, 나아가 박물관을 찾는 분들께서 우리 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국립광주박물관 측은 "이번에 기증받은 문화재를 체계적으로 조사해 차 문화의 연원과 계보를 연구하고 동아시아 차문화 연구사업의 토대를 마련하며, 도서 발간 및 전시로 그 성과를 공개할 계획"이라며 "도자문화거점박물관을 지향하는 국립광주박물관이 우리의 차문화를 심층적으로 연구해 우리 문화의 원형을 국내외적으로 알리는데 중요한 활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조상인 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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