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의 강압수사에 살인범으로 몰려 10년 동안 억울한 옥살이를 한 피해자가 국가로부터 13억원의 배상금을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5부(이성호 부장판사)는 13일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수감됐던 최모씨가 국가와 당시 사건을 수사한 경찰관·검사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들이 최씨에게 13억원을, 그의 가족에게는 총 3억원을 각각 배상하라고 판시했다.
2000년 8월 10일 새벽 2시께 전북 익산시 약촌오거리 부근을 지나던 15세 소년 최씨는 택시 운전사 A(42)씨가 흉기에 찔려 피를 흘린 채 쓰러져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사건의 최초 목격자이자 범인의 도주 모습을 본 최씨는 경찰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했지만, 경찰은 오히려 폭행과 고문을 하며 그를 범인으로 몰아갔다.
경찰의 강압에 이기지 못한 최씨는 결국 "시비 끝에 A씨를 살해했다"는 거짓자백을 했다. 그 후 재판은 정황증거와 진술만으로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최씨는 법원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2010년 만기 출소할 때까지 젊은 시절을 교도소에서 보냈다.
최씨가 억울한 누명을 벗을 기회도 있었다. 최씨가 복역 중이던 2003년 경찰은 진범이 따로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용의자 김모씨로부터 자백을 받아냈으나, 직접 증거가 없고 진술을 번복한다는 이유로 김씨는 기소되지 않았다.
최씨는 그렇게 평생 죄인으로 살뻔했다. 하지만 출소한 최씨에게 2013년 재심 사건 전문가인 박준영 변호사가 재심 청구를 권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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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8개월의 법정 다툼 끝에 법원은 "수사 기관으로부터 불법 체포·감금 등 가혹행위를 당해 거짓진술을 했다"며 최씨에게 무죄를 선고했고, 그는 마침내 살인 누명을 벗게 됐다.
최씨에 대한 무죄 선고와 함께 수사당국은 진범 김씨를 체포해 기소했고 김씨는 2018년 징역 15년의 형이 확정돼 18년 만에 정의가 바로세워졌다.
검찰 과거사위원회와 경찰청은 최씨의 누명이 밝혀지자 "무고한 시민을 범인으로 몰았다"며 사과했다.
최씨가 이날 판결로 받게 될 손해배상금은 그가 재심 무죄 판결 후인 2017년에 수감생활에 대한 형사보상금으로 받은 8억4,000여만원과는 별도다.
박 변호사는 선고가 끝난 뒤 "개인의 인권을 찾아주고 무죄를 받아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됐다"면서도 "다시는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소회를 밝혔다.
/박우인 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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