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퇴임 후 플로리다에서 ‘트럼프 왕국’을 세우고 재기를 모색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16일(현지시간) 트럼프 측근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 세력이 특히 많은 ‘제2의 고향’ 플로리다에서 가족과 모여 살며 공화당 내 영향력을 유지하거나 추후 가족의 정계 진출을 지원할 것으로 관측된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는 오는 20일 취임식에 불참하고 백악관을 떠나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열리는 ‘셀프 배웅’ 행사에 참석한 뒤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타고 마러라고로 떠난다. WP는 “트럼프는 플로리다 내 ‘마가 오아시스’에서 지낼 것”이라고 평가했다. ‘마가’(MAGA)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의 약자다.
플로리다주는 무엇보다 지지기반이 몰려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퇴임 후 최적의 거처로 평가된다. 플로리다주는 지난해 대선에서 격전지 가운데 트럼프를 뽑은 단 2곳 중 하나다. 신문은 “플로리다에선 트럼프가 지지자들로 둘러싸일 것”이라면서 “지난 6일 의회 폭동 이후 그는 워싱턴과 뉴욕에서 버림받았지만, 플로리다주에선 회복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딴 도서관과 박물관도 플로리다에 건립될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내부 논의에 정통한 관계자 2명은 WP에 이들 시설은 ‘충신’인 댄 스캐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국장이 운영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한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도서관 건립을 위해 20억달러(약 2조2,000억원)를 모금하고 싶다고 주변에 말했으며, 지지자들의 소액 모금으로 자금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플로리다는 오랫동안 뉴욕에서 거주한 트럼프 대통령과 그 일가가 훗날을 도모할 제2의 근거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WP는 내다봤다.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는 현재 아버지의 거주지인 팜비치에서 약 15마일(약 24㎞) 떨어진 주피터에서 집을 알아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연예매체 페이지식스에 따르면 장녀인 이방카와 그 남편 재러드 쿠슈너 선임보좌관도 최근 마이애미 인근 부동산을 매입했고, 막내딸 티파니 역시 마이애미에서 부동산을 알아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처럼 플로리다에 ‘진지’를 구축하고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는 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캠프는 지난해 대선 이후 2억달러(약 2,200억원) 이상을 모금했는데, 이 중 대다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세이브 아메리카’ 정치활동위원회(PAC)로 넘어가 퇴임 이후 정치활동에 쓰일 것이라고 WP는 분석했다. 향후 트럼프 대통령 자녀가 정계 진출을 시도할 경우 플로리다주가 이를 위한 지역적 발판이 될 수도 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 주변에선 장녀 이방카가 2022년 플로리다주 상원의원에 출마할 수 있다는 얘기가 오간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플로리다에 건립한 자신의 ‘왕국’을 기반으로 2024년 대선 재출마에 나서는 시나리오도 제기된다. 실제로 그는 2024년 재출마 가능성을 수차례에 걸쳐 시사해왔다. WP는 지난 6일 발생한 의회 폭동 사태를 계기로 공화당과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결별 수순에 접어든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제3당을 창당할 가능성도 일각에서 제기된다고 전했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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