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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대신 주식할래요"...'꼬마 개미'도 밀물

자녀 증여 수단 주식 각광 속

직접 매매하는 청소년도 늘어

키움증권 미성년자 신규 계좌

새해 들어 2만 7,000개 폭증

'주식=오락' 잘못된 인식 우려도





주식 광풍이 10대 청소년에게까지 몰아치고 있다. 지난 11개월 동안 국내 한 증권사의 미성년 신규 주식 관련 계좌가 18만 개 폭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동학 개미 운동이 불붙기 전인 지난해 2월 말 미성년자 누적 계좌 건수의 4배에 달하는 규모다. 자녀 증여 용도의 활용뿐 아니라 청소년이 직접 주식 매매에 나서기 위해 계좌를 튼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19일 키움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이달 17일까지 미성년자의 증권 관련 계좌(국내외 주식, 펀드 등 모든 유형 계좌)는 총 17만 7,004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2월 말 기준 미성년자의 누적 계좌가 4만 4,250개였던 것을 감안하면 11개월이 채 안 되는 기간에 이전 전체 누적 계좌 대비 400%가 급증했다. 이는 지난 2019년 한 해 국내 모든 증권사에서 새로 만들어진 미성년 계좌 건수(9만 3,332건)의 2배에 육박하는 규모이기도 하다.

특히 최근 오름폭이 더욱 가팔라지는 양상이다. 지난해 3월부터 11월까지 미성년 계좌는 월평균 1만 2,821개 증가했지만 12월 한 달에는 이보다 200%가량 많은 3만 5,062개가 급증했다. 이번 달 초부터 17일까지 불과 2주 사이에도 2만 6,556좌가 새로 늘어나면서 이달 최대치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녀 증여 수단으로 주식이 각광을 받으면서 미성년 계좌가 폭증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주가가 폭락하면서 우량주의 저가 매수가 가능했고 최근에는 코스피가 3,000선을 뚫자 구조적 강세장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자녀에게 종잣돈을 마련해주기 위한 수요가 몰리고 있다. 과거 자녀의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들었던 예적금 자리에 주식이 들어선 셈이다. 또한 미성년 자녀에 대한 증여는 10년 단위로 2,000만 원 공제를 받을 수 있는데 이 기간 시중 이자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이지연 미래에셋대우 마포WM 차장은 “지난해부터 증여용으로 자녀 계좌를 트시는 고객이 크게 늘었다”며 “일부 고객 중에는 개설 직후 1,000만 원어치를 매수하는 경우도 있는데 대부분이 삼성전자·현대차 등 국내 우량주를 매입한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PC방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이용객들이 한 칸씩 건너 앉아 있다./연합뉴스


최근에는 청소년이 직접 매매에 동참하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학부모 정 모 씨는 최근 중학교 2학년 자녀로부터 주식 계좌를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정 씨는 “아들이 ‘친구가 삼성전자로 단타를 쳐서 쏠쏠한 수익을 냈다’면서 자신도 주식을 하고 싶으니 계좌를 열어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6학년 자녀를 둔 강 모 씨는 “며칠 전 아들이 주식을 사겠다며 계좌를 터달라고 해 깜짝 놀랐다”며 “더욱이 이미 투자할 종목까지 염두에 두고 있어 할 말을 잃었다”고 놀라워했다.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의 “사교육 시킬 돈으로 주식을 사주라”는 말마따나 부모들도 조기 자산 관리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동의하며 자녀의 요구를 수용하는 모습도 있다. 고등학교 1학년생 자녀를 둔 이 모 씨는 “방학 때 게임을 하는 것보다 주식이 낫다고 생각해 세뱃돈과 쌈짓돈 일부를 계좌에 넣어주고 굴려보라고 했다”며 “경제 교육의 일환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청소년의 적극적인 주식 투자에 우려스러운 부분도 없지 않다. 무엇보다 투자의 개념이 정립되지 못한 10대들이 주식을 ‘단타 치는 것’이라고 오해하며 오락처럼 여길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한 교육청 관계자는 “지금 주식 투자를 활발히 하는 20대만 해도 주식 교육을 받지 못한 세대”라며 “중고등학교에서 보다 체계적인 경제 흐름이나 자산 관리 교육이 필요해졌다”고 조언했다. /이승배기자 ba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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