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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부동산 실형 받은 판결 보니…"시세 4배에 수백명에 쪼개 팔아" [기획부동산의 덫]

<중>수렁에 빠진 땅 매수자들

▶사기 수법은

'경매로 산 토지, 지가 상승' 유혹


“가치가 거의 없는 땅을 헐값에 산 다음 관련 지식이 없는 불특정 다수인에게 마치 큰 경제적 가치가 있는 것처럼 속여 비싼 값에 팔았다.”

지난해 6월 4일 광주지방법원 제1형사부(항소부·박현 부장판사)가 우리경매 회장 황 모 씨에게 징역 2년 6개월 실형을 선고하며 밝힌 양형 이유다. 검찰은 황 씨 등 3명을 쓸모 없는 땅 5곳의 지분을 무등록 다단계 판매 방식으로 51명에게 팔아 6억 1,297만 원을 교부·편취한 혐의(사기 및 방문판매법 위반)로 기소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8월 7일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지난 2018년 말 피해자들이 회사를 경찰에 고소한 지 2년여 만에 나온 결과였다.

우리경매는 서울경제가 심층 설문·인터뷰를 진행한 경기도 성남시 금토동 산73번지 임야 지분의 판매를 주도한 3개 기획부동산 집단 중 한 곳이다. 광주지법 판결문에는 기획부동산이 직원과 고객을 기망하는 수법이 자세히 나온다.

◇어떻게 팔았나

판결문에 따르면 우리경매는 신문 등을 통해 정부가 발표한 개발 예정지 인근에서 개발 가능성이 없거나 희박한 땅을 찾아 저렴하게 매수했다. 그러나 우리경매 측은 “경매 전문가가 권리 분석을 통해 전국 법원에서 경매로 싸게 구입한 땅이 있다”고 거짓말했다.

해당 사건의 땅 4곳은 북한산국립공원·상수원보호구역 등으로 개발 가능성이 전혀 없었다. 그럼에도 시세의 4배에 달하는 가격으로 지분을 팔았다. 법원은 “지가 상승으로 인해 이익금을 취득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봤다. 피고인들에 대해서는 “위 땅이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한 객관적인 근거도 없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우리경매가 해당 지분을 수백 명에게 쪼개 판 것도 문제로 봤다. 매수자들에게는 지분을 일괄 처분하거나 분할 등기할 계획이나 방편이 없었기 때문이다. 법원은 “피해자들이 매수자를 구해 현금화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어떻게 속였나

피해자들 중에는 직원이 많았다고 한다. 직원들은 땅을 고객에게 팔고 자신들도 직접 샀다. 피해자 직원 대부분은 회사에서 받은 급여보다 더 많은 액수의 땅을 샀다. 심지어 빚을 내 매수 대금을 치른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 기관에서 땅의 규제 사항이나 주요 현황에 관해 듣지 못했거나 일부만 알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일부는 ‘토지의 규제 사항 및 현황을 제대로 알았다면 구입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법원은 “피해자들은 기획부동산 업자를 전문가로 생각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피고인들 측에서 제공한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금토동 판매도 재판에…유죄시 파장

우리경매 측은 금토동 산73번지 판매와 관련해서도 이미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인천지방검찰청 부천지청은 지난해 6월30일 우리경매의 인천 지역 지점장인 부사장 A씨 등 3명을 구속기소하고 황씨를 공범으로 불구속기소했다. 이들은 52명에게 금토동 산73번지 등 땅 94곳의 지분을 판매하고 31억5,000만원을 편취한 혐의(사기)를 받고 있다. 재판에서 유죄가 나올 경우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94개 땅의 지분 소유자는 2만여명이다.

/조권형 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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