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부동산이 서민들의 피 같은 생활자금과 여유자금, 종자돈을 투자하게 해 막대한 손해를 끼치는 일들이 너무나도 주변에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기획부동산들이 지난 3년여간 경기도에서만 해도 한해 1조원 안팎씩 토지 지분 등을 팔며 시장을 교란하는 가운데 단속 강화를 요청하는 국민 청원이 청와대에 제출됐다. 대전에 사는 정성윤(45)씨는 지난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서민들의 피땀 어린 돈으로 호화로운 생활을 누리는 기획부동산들의 만행을 고발한다"는 글을 올렸다. 또한 “기획부동산은 개발 가능성이 희박한 임야를 매입가의 3배에서 20배 정도로 올려서 공유지분으로 분할해 판다”며 “소액투자라는 명목으로 청년층부터 노년까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피라미드조직으로 기획적으로 판매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씨는 대전 소재의 기획부동산 A사의 지사에서 10개월간 직원으로 일했다고 한다. A사는 성남시 금토동 땅을 판 33개 법인 중 한 곳이다.그는 업체에서 본인과 가족들 명의로 8개 땅 1억7,000만원어치의 땅을 산 뒤에야 사기임을 깨달았다고 한다. 정씨는 청원 글에서 기획부동산에 대해 “서민들이 부동산에 무지함을 이용해 부동산 경매컨설팅 회사로 소개한다”며 “적은 자금을 투자해 장래에 몇 배에서 몇십 배의 투자수익을 볼 수 있다고 잘못된 정보를 전달한다”고 비판했다.
정씨는 이같은 기획부동산 토지분양 사기의 예시로 서울경제신문이 최근 개시한 기획부동산 심층취재 시리즈를 통해 다뤘던 경기도 성남시 금토동 산73번지의 사례를 들었다. 금토동 산73번지는 기획부동산 법인 33곳이 4,800여명에게 총 960억원어치를 판 역대급 사건이다. 기획부동산들은 이 땅을 3.3㎡(1평)당 3만6,600원에 사들인 뒤 개발 가능성이 있는 것처럼 현혹해 평당 약 24만원씩에 팔았다. 이 땅은 청계산 이수봉과 국사봉 사이에 걸쳐 있어 개발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게 성남시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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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씨는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기획부동산의 사기 행각을 중단시키기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글을 올렸다”고 청원 배경을 말했다. 또한 "회사를 다닐 때는 눈도 가려지고 귀도 가려져서 회사가 알려주는 것만 인식했다"며 "그러다 몸이 안 좋아져서 그만뒀는데 관련 서울경제신문의 기사(본지 2019년12월16일 [단독] 기획부동산, ‘파이시티의 눈물’ 범현대가 땅 수백명에 쪼개 팔았다)를 읽다가 문제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정씨는 기획부동산이 쓰는 ‘다단계 취업 사기’ 수법에 대해 털어놨다. 정씨는 “기획부동산은 직원들에게 지인을 끌어오게 한다”며 “지인을 소개시켜주면 땅을 팔고 또 직원으로 같이 일하자고도 권유한다“고 했다. 이어 "구인사이트에 광고를 내어 직원을 모집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기획부동산이 직원들의 재산을 앗아가는 방식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정씨는 “직원으로 들어가서 한 두 달 내에 실적을 못 내면 압박을 주어 그만 두게 한다”며 “이 구조에서는 처음엔 직원 본인이 토지 구매를 하고 그 다음에 가족과 친한 지인에게 소개하는 게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기획부동산이 빼먹을 만큼 빼먹으면 대부분 내쳐진다”고 말했다. 이어 “기획부동산에 가서 환불을 요구하면 회사는 잘못이 없다며 판매한 직원에게 따지라고 떠넘기기식 대응을 한다”고 말했다.
정씨는 청원 글 말미에서 “부동산 시장을 왜곡하고 교란시키는 기획부동산들을 철저히 법으로 제도적으로 단속해 더 이상의 피해자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조권형 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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