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들어 두 번째로 발간된 ‘2020 국방백서’에는 2년 전과 마찬가지로 ‘북한은 적’이라는 표현이 빠지고, 일본에 대해서는 ‘동반자’ 대신 ‘이웃국가’로 기술했다.
2일 국방부가 발간한 백서에 따르면 ‘2018 국방백서’와 같이 “우리 군은 대한민국의 주권, 국토, 국민, 재산을 위협하고 침해하는 세력을 우리의 적으로 간주한다”며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대한 위협”이라고 명시했다.
이는 집권 5년 차를 맞은 정부가 올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가동과 관련해 마지막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북한에 대한 불필요한 자극을 최소화하기 위한 차원으로도 해석된다.
그러나 북한이 2019년 단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감행하고 8차 당대회 등을 계기로 신형 전술·전략무기를 잇달아 공개하는 상황에서 지나친 ‘눈치보기’라는 비판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백서에는 악화된 한일관계가 그대로 반영된 것도 특징이다. 백서는 주변국과의 국방교류협력 관련 기술에서 올해도 일본을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기술하며 “양국 관계뿐만 아니라 동북아 및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도 함께 협력해 나가야 할 이웃 국가”라고 표현했다.
‘2018 국방백서’에는 “한일 양국은 지리적, 문화적으로 가까운 이웃이자 세계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함께 협력해 나가야 할 동반자”라고 기술한 것과 비교하면 격하된 것이다.
특히 일본 정치지도자들의 독도 도발, 2018년 일본 초계기의 한국 함정에 대한 근접 위협비행과 이에 대한 사실을 호도하는 일방적 언론 발표로 한일 양국 국방관계가 난항을 겪었고, 2019년 7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미래지향적 발전에 장애 요소가 되고 있다고 백서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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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서는 정부가 일본의 수출규제 철회를 위한 대화를 조건으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통보의 효력을 정지한 상황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일본의 역사왜곡, 독도에 대한 부당한 영유권 주장, 현안문제에서의 일방적이고 자의적인 조치에 대해서는 단호하고 엄중하게 대처하는 한편 공동의 안보현안에 대해서는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지속적으로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일본 방위성도 지난해 7월 발간한 ‘2020 방위백서’에서 한국에 대해 ‘폭넓은 협력’이란 표현을 삭제한 바 있다.
중국과 관련해서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문제로 갈등을 빚었던 2016년 상황은 삭제된 대신 문재인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17년 한중정상회담을 시작으로 한 양국 관계 정상화 노력이 기술됐다.
국방부는 이번 백서에 ‘9·19 군사합의 의의와 이행성과’를 비롯해 ‘종교적 신앙 등에 따른 병역거부자 대체복무자 도입’, ‘일과 후 병 휴대전화 사용’, ‘우리 군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등 국방성과로 자체 평가하는 사안들은 ‘특별부록’으로 구성했다.
국방백서는 정부의 국방정책을 대내외에 알리기 위해 발간하는 것으로, 1988~2000년까지는 매년 발간하다 2004년부터 2년 간격으로 제작해오고 있다.
총 362페이지으로 구성된 ‘2020 국방백서’는 이달 중 정부기관과 국회, 도서관 등에 배포되며 국방부 홈페이지에서 내려 받을 수 있다. 또 영어·일본어·러시아어·중국어로 된 요약본도 상반기 중 발간된다.
/김정욱 기자 myk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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