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풀이 해야 되겠지요?”(2006년 2월 28일 대정부질문 당시)
홍준표 무소속 의원(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4일 정세균 국무총리를 상대로 국회 대정부질문에 나선다. 홍 의원이 총리를 대상으로 대정부질문에 나서는 것은 지난 2006년 이해찬 전 총리(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과 설전을 벌인 이후 15년 만이다. 홍 의원은 본인과 함께 대선 잠룡으로 평가받는 정 총리와의 대정부질문을 앞두고 “장애물은 피해 가는 것이 아니라 돌파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거센 질의를 예고했다. 문재인 정부의 지난 4년간의 정책실패와 폭정을 따져 묻겠다는 것이다.
홍준표 “이 총리, 브로커랑 놀아났느냐”
이해찬 “누가 브로커랑! 인식 모욕 말라”
이해찬 “누가 브로커랑! 인식 모욕 말라”
홍 의원은 지난 2005년과 2006년 이해찬 전 대표(당시 총리)와 대정부질문에서 설전을 벌이며 전국적으로 큰 인지도를 얻었다.
두 사람은 의원과 총리 신분으로 두 차례 부딪혔다. 2005년 2월 14일 대정부질문에서 홍 의원은 이 전 총리에 대한 질의에 앞서 “살풀이 해야 되겠지요?”라고 물으며 포문을 열었다. 2004년 10월 이 전 총리가 한나라당을 향해 ‘차떼기당’이라고 비판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홍 의원이 “대한민국 총리는 행정수반으로 국민통합 앞장서야 된다. (과거에 총리가)야당 폄훼적인 발언을 한 적이 있느냐”고 묻자 이 전 총리는 “5·16 군사정부 때 총리가 의원들을 붙잡아 가기도 하고 야단도 치고 그랬다”고 받아쳤다. 홍 의원이 “그래서 잘못 했다는 것이냐”고 하자 이 전 총리가 버럭 화를 내며 “다 말씀드렸다. 그만하라”고 쏘아붙였다.
1년 후에 두 사람은 또다시 충돌했다. 2006년 2월 28일 대정부질문에서다. 홍 의원이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 주무 장관(당시 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열린우리당 당원이면 국민들이 공정하다고 믿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이 전 총리는 “홍 의원은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박탈당했지만 저는 5번의 선거에서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다”고 받았다. 홍 의원은 이에 “그렇게 말씀하실 줄 알았다”며 “총리! 총리! 저는 총리처럼 브로커랑 놀아나지 않았다. 브로커에게 후원금도 받아본 적이 없다”고 역공했다.
그러자 이 전 총리는 “인신모욕 하지 말라! 누가 브로커랑 놀아났다는 말이냐”고 반박했고 홍 의원은 “놀아났다! 어허. 참”이라고 답했다. 이어 “총리께서 사의해주는 게 도리인 것 같다”고 하자 이 전 총리는 “사의를 표할 일도 없고 도덕적으로 법률적으로나 하나도 양심의 가책을 받은 일이 결코 없다”고 답했다.
이후 두 사람은 ‘앙숙’이 됐다. 이 전 총리는 대정부질문부터 13년이 지난 2019년에도 한 인터뷰에서도 홍 의원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경륜 쌓인 洪, 압박보다 정책 질의 집중 예상
부동산·일자리정책, 공정·정의 문제 질타할 듯
부동산·일자리정책, 공정·정의 문제 질타할 듯
홍 의원이 대정부질문에 나서자 정치권에선 정 총리를 상대로 야성(野性)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본인이 직접 “장애물이 있기에 강해질 수 있고 돌파하면서 단련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입장을 대권을 둔 경쟁자라고 보면 정 총리는 홍 의원에게 장애물이다.
반대로 홍 의원이 대선후보로서 정책에 대한 전문성과 깊이를 보여주기 위해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지적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2006년 이 전 총리를 상대로 활약했던 당시 홍 의원은 3선 의원이었다. 홍 의원은 이후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대표, 두 차례 경상남도 도지사,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 당 대표를 거치며 경륜을 쌓았다.
홍 의원실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의 4년에 대한 정책에 대해 문제가 많다는 점을 총체적으로 다룰 것”이라며 “부동산과 경제, 기업정책의 실정은 물론 ‘공정과 정의’에 대해서도 질의하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구경우 기자 bluesquar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