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 환자 10명 중 9명을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됐다. 췌장암은 조기 발견이 어려워 5년 생존율이 12.6%(2018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불과한데 이를 개선할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4일 서울의대 김영수(의공학교실)·서울대병원 장진영(간담췌외과) 교수팀에 따르면 자체 개발한 단백질 기반의 14개 바이오 마커(생체표지자) 패널과 현재 진단에 사용 중인 항체 기반 단일 마커(CA 19-9) 검사를 병행해 이같은 진단 민감도를 확인했다.
두 진단법을 조합했더니 혈액 샘플 테스트에서 췌장암의 90%가량을 차지하고 조기(1~2기) 진단이 어려운 췌관 선암에 대한 진단 민감도(환자의 샘플을 환자의 것으로 판정)가 89.3%로 분석됐다. 췌장암 환자의 것이 아닌 혈액 샘플을 췌장암 환자의 것이 아니라고 판정하는 특이도는 87.2%, 사용된 마커들이 커버하는 췌장암의 범위는 95%(AUC 0.952)였다.
김 교수팀이 개발한 단백질 기반의 14개 마커 패널과 분석 알고리즘은 민감도 81.3%, 특이도 89.4%, AUC 0.926였다. 현재 사용 중인 CA 19-9 검사는 민감도 61.3%, 특이도 95.7%, AUC 0.771로 평가됐다.
김 교수팀은 서울대병원 등 5개 의료기관에서 1,008명(췌관 선암 환자, 일반 췌장질환자, 갑상선암·대장암·유방암 환자, 건강한 사람 등)의 혈장 샘플과 질량분석기를 이용해 췌관 선암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다수의 바이오 마커 후보들 가운데 연관성이 높은 14개를 선별하고 정확도를 검증했다.
김 교수는 “관련 기술을 국내 벤처 베르티스에 이전했다”고 말했다. 베르티스 관계자는 “올해 안에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의료기기 승인을 받는 게 목표”라며 “췌장암 진단 패널에 앞서 개발돼 우리가 기술이전을 받아 정확도를 높인 유방암 진단 제품은 서울의과학연구소(SCL)가 진단검사 서비스에 들어간 상태”라고 했다.
김 교수는 “이 기술을 활용하면 앞으로 유방암·췌장암은 물론 치매·우울증 등 다양한 질환과 관련이 있는 단백체 바이오 마커를 질환당 10여개씩 한 패널에 올려 한꺼번에 여러 질환을 진단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팀의 연구 결과는 미국암연구협회 학술지 ‘임상 암 연구(Clinical Cancer Research)’에 발표됐다.
/임웅재 기자 jaelim@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