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주식을 처음 시작한 3년 차 직장인 손 모(28)씨는 현재 주식 자산이 1억 원에 달한다. 상승 장세가 계속되면서 빚까지 끌어 모아 투자한 덕분이다. 손 씨는 "회사 월급을 일 안 하고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하고 있는데 매우 재밌다"며 "주식이 오락처럼 느껴지는데 설 연휴 기간에는 할 수 없으니 재밌는 오락이 금지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작년과 올해 주식 투자에 뛰어든 20대 청년들이 설 연휴를 맞아 일시적인 주식 금단 증상을 보이고 있다. 마지막 남은 자산 증식 길이라는 생각에 하루에도 몇번씩 주식 계좌를 들여다 보는 것을 유일한 삶의 낙으로 여기고 있는데 설 연휴에는 장이 열리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경제 취재진이 설 연휴를 맞는 20대 대학생·직장인들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성균관대 재학생인 정 모(25) 씨도 지난해 9월 주식을 처음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주식으로 큰 돈을 벌었다는 얘기가 들려오면서 모아둔 돈으로 주식을 하게 됐다. 정 씨가 보유한 주식 자산은 약 700만 원. 정 씨는 "하루에도 수시로 MTS를 들락날락하는데 연휴 4일 동안 주식을 못해 불안하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6년차 간호사 이 모(29)씨 역시 작년 여름에 주식을 처음으로 시작했다. 현재는 해외 주식은 물론 삼성전자, 현대차 등의 우량주를 가지고 있는 상태다. 이 씨는 설 연휴에도 근무 일정이 잡혀 있어 고향에도 내려가지 못 하지만 해외 주식 보는 재미로 버틸 심산이다. 이 씨는 “주식이 매우 재밌다”며 "연휴에 국내 주식시장이 열리지 않는 것은 정말 아쉽다"고 말했다.
지난달 뒤늦게 주식 투자에 뛰어든 8년차 직업군인인 A(28) 씨도 주식에 빠져 있다. A씨는 “일종의 저축으로 보고 특정 종목들을 사고 있다”며 “시간이 많을 때 주가 변동성을 보며 공부도 하고 싶은데 설 연휴에는 장이 닫히니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대학생 B(26) 씨는 처음엔 장기투자 목적으로 주식 열풍에 참여했지만 요즘에는 단기적인 주가 변동성을 분석하고 있다. B씨는 “설 연휴에 장이 닫히는 것이 아쉽다”며 “미국 증시를 비롯한 해외 시장은 열려있기 때문에 이에 영향을 받는 한국주식을 설 연휴에 하지 못한다는 것은 손해"라고 설명했다.
‘주식 중독’ 후유증에 장기 투자로 전환한 이도 있었다. 코로나 취업난을 뚫고 올해 초 입사한 C(26) 씨는 원래 아침부터 주식을 사서 1시간 뒤 매도하는 초단타 투자자였다. 그러나 하루종일 주식 계좌와 차트만 들여다 보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고 장기 투자로 전환했다. 현재 500만 원의 주식 자산을 보유한 C 씨는 “단타 매매는 장기 투자보다 신경이 몇 배로 쓰이고 피로가 축적 된다”며 "요즘은 하루 한번만 차트를 본다"고 전했다.
설 연휴에도 MTS 거래창을 떠나지 못하는 20대들의 주식 사랑은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전 연령 중 20대가 지난해 신규 주식 계좌 중 37.8%를 개설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30대는 28.6%였다. 이에 대해 3년차 20대 직장인 조연진 씨는 "근로소득으로 부자 되기는 도저히 불가능하다"며 "변동성이 큰 사회에서 자리를 잡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려대 재학중인 남승현(22) 씨는 "노동만으로는 내 집 마련 등 안정적인 노후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앙대 재학생 이 모(27) 씨는 교환학생을 가기 위해 알바로 모은 돈을 몽땅 주식에 넣었다가 50% 손실을 봤지만, 비슷한 이유로 계속 주식을 할 생각이다. 이 씨는 "은행에 넣는 것보다 주식에 넣는게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방진혁 기자 bready@sedaily.com, 정혜진 sunset@sedaily.com, 김성원 melody1214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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