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의 잘못이 드러난 프로 선수에 대한 징계는 어느 정도여야 할까.
‘학교 폭력 미투’가 프로배구 V리그 코트를 강타하면서 가해자로 지목된 선수들에 대한 징계를 놓고 해당 구단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여자 프로배구의 흥행을 이끌던 쌍둥이 자매 이재영·이다영(흥국생명)은 중학교 시절 폭력 피해자의 폭로가 인터넷을 뒤덮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한 뒤 팀 숙소를 떠난 상태다. ‘엄중 처벌’ ‘배구계 퇴출’ 등의 주장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등 인터넷을 달구고 있는 가운데 지난 13일에는 초등학교 시절 괴롭힘을 당했다는 폭로까지 나왔다.
남자부 송명근·심경섭(OK금융그룹)도 중·고교 시절 학교 폭력 가해자로 지목돼 13일 구단을 통해 사과했다. 피해자는 “급소를 가격 당해 고환 봉합 수술을 받았다”고 털어놓아 충격을 줬다. 구단은 14일 긴급 회의를 연 뒤 두 선수가 잘못을 인정했으며 자숙의 의미로 2020-2021 V리그 잔여 경기에 출전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소속 구단들은 가해 선수에 대해 징계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전례 없는 사태에 징계 수위를 쉽사리 정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재영·이다영은 도쿄 올림픽 메달을 노리는 여자 국가 대표팀의 핵심 멤버라 대한민국배구협회가 이 문제를 대표팀 선발의 결격 사유로 해석할지도 관심이다.
과거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는 2018년 신인 안우진의 학교 폭력 사실이 불거지자 정규 시즌 50경기 출전 정지라는 자체 징계를 내린 바 있다. 안우진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로부터 3년 자격 정지 처분을 받아 대표팀 합류 기회도 잃었다. 지난해는 NC 다이노스가 학교 폭력 사실이 알려진 김유성을 신인 1차 지명으로 뽑았다가 거센 비난 여론에 직면해 지명을 철회하기도 했다.
/양준호 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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