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 여행사들이 잇달아 ‘어닝 쇼크’급 실적을 발표하고 있지만 오히려 주가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위기에서 살아남은 여행사가 앞으로 시장을 장악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하나투어(039130)와 모두투어(080160)는 지난해 실적을 공개한 후 각각 5.64%, 1.98% 올랐다. 이날 종가 기준 하나투어 주가는 6만 1,800원, 모두투어 주가는 2만 3,150원으로 지난해 초 수준을 한참 웃돌고 있다. 하나투어는 지난 2일 지난해 영업 손실이 1,147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고 밝혔고 모두투어도 15일 209억 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실적은 바닥을 기었지만 주가는 오히려 상승한 셈이다.
증권가에서는 실적과 상관없이 여행사들의 주가가 오르는 이유에 대해 유동성 위기를 버텨낸 소수의 업체가 앞으로 시장의 과실을 독식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해외여행 수요가 100%에 수렴할 정도로 급감하면서 곳간이 말라버린 중소형 업체는 빠른 속도로 문을 닫고 있다. 한국여행업협회가 펴낸 ‘여행 업체 실태 전수조사 보고서’에도 지난해 10월까지 사실상 폐업 상태에 돌입한 여행 업체는 모두 4,155개로 전체 23.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형 여행사가 문을 닫는 만큼 현재의 위기 상황을 버텨낸다면 이들이 차지하고 있던 시장까지 대형 여행사들이 꿰차면서 시장 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전망인 셈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는 앞으로 1년은 거뜬히 버틸 체력이 남았다”며 “중소형 업체는 정리되고 상장 여행사를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는 그림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진행 중인 올해는 어떻게든 지난해보다 실적이 반등할 수 있다는 전망도 주가 상승을 자극하는 요소다. 실제로 유안타증권은 오는 2022년 모두투어의 영업이익을 552억 원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2019년(32억 원) 대비 16배 높은 수치다. 박성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모두투어에 대해 “내년에는 미뤄진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하고 패키지 상품 가격이 상승하면서 최대 영업이익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유안타증권은 하나투어의 내년 영업이익도 역대 최고인 831억 원으로 추정했다.
/이승배 기자 ba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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