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가 군경의 무차별 총격에 쿠데타 규탄 시위에 나선 시민들의 피로 또 다시 물들었다.
28일 미얀마 최대도시 양곤에서 첫 사망자가 나온 것을 비롯해 전국에서 최소 7명이 목숨을 잃는 등 군부 쿠데타 이후 최악의 유혈사태가 벌어졌다. 쿠데타 한 달을 맞으면서 국내외의 압박이 커지고 있지만 군사정권은 오히려 대응 수위를 더 높이면서 인명피해가 커지고 있다.
특히 시간이 흐를수록 사망자 수가 늘어나는 가운데 일부 소셜미디어서비스(SNS)에는 20명 이상의 희생자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지는 등 사망자 집계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현지 매체 이라와디는 남부 다웨이에서 경찰의 발포로 3명이 숨지고 약 40명이 부상했다고 전했다. 공식 집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여러 도시에서 더 많은 시민들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최대 도시 양곤에서도 쿠데타 규탄 시위 참가자 한 명이 군경의 총격에 숨졌다고 로이터 통신이 의료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의사는 가슴에 총을 맞은 한 남성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고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또 양곤에서 열린 교사들의 시위에 참가한 한 여성이 경찰의 무차별적인 진압작전 이후 심장마비로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매체들은 미얀마 제2의 도시 만달레이에서도 2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미얀마 시민들이 SNS에 올린 사망자 소식을 보면 이날 양곤 2명, 띤간쥰(Thingangyun) 1명, 다곤 1명, 다웨이 5명, 만달레이 1명, 바고 3명, 파코쿠 1명, 메익 2명 등 20명이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네티즌은 다웨이 5명, 양곤 4명, 메익 7명, 바고 3명, 만달레이 1명, 파코쿠 1명 등 21명이 숨졌다고 주장하는 등 사망자 숫자가 조금씩 다르다.
미얀마 시민들은 트위터에 "도대체 몇 명이 죽어야 유엔이 행동에 나설 것이냐", "무고한 시민들이 죽어가고 있다"며 국제 사회의 도움을 호소했다.
앞서 양곤 시내 흘레단 사거리 인근에서 시위 참가자 한 명이 총에 맞아 쓰러진 뒤 피를 흘린 상태에서 주변 사람들에 의해 옮겨지는 모습이 SNS에 올라오기도 했다. 현지 매체 미얀마 나우는 "이 참가자가 군경이 쏜 실탄에 맞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양곤에서 시위대가 군경의 총격에 숨진 것은 처음이다.
지금까지 주요 도시 중 수도 네피도와 제2도시 만달레이에서 시위 참가자 1명과 2명이 각각 군경의 총격에 숨졌다. 양곤은 미얀마 반(反)쿠데타 시위를 주도하는 최대 도시인 만큼 이번 시위대 사망으로 시위 양상이 격화할 경우 유혈 사태에 대한 우려도 더 커질 전망이다.
군경의 초강경 진압은 이날 시위대가 제2차 총파업을 벌이기로 한 것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2일 '22222(2021년 2월22일을 의미) 총파업' 당시에는 미얀마 전역에서 수 백만명이 참여하면서 전세계에 쿠데타에 분노하는 민심을 알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외신에 따르면 이날 군경은 이른 시간부터 양곤 등 주요 도시의 시위 예상 지역을 차단하면서 시위대가 모이는 것을 사전 차단했다. 이와 함께 이날 태국, 홍콩, 대만의 반(反)독재 세력 간 연대인 ‘밀크티 동맹(Milk tea Alliance)’이 미얀마의 시위대에 동조해 태국과 홍콩에서 쿠데타에 반대하는 거리 행진을 벌이기로 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심각한 부정이 발생했는데도 문민정부가 이를 조사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지난 1일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았다.
/박동휘 기자 slypd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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