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정읍에 위치한 내장사 대웅전이 방화로 불타면서 한때 관련 문화재에 대한 위기감이 돌았으나 다행히 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북경찰청은 5일 오후 6시30분 경 내장사에 발생한 화재로 대웅전 전체가 불길에 휩싸였으며, 방화 피의자인 승려 A씨를 현주건조물방화 혐의로 현행범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내장사는 내장산에 자리잡은 조계종 선운사의 말사로, 백제 의자왕 때인 660년에 창건됐다고 전한다. 당시의 ‘내장사터’는 전라북도 기념물 제73호로 지정돼 내장사가 관리하고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백련사는 내장사라고도 이르며 내장산에 있다”는 기록이 전한다. 내장사의 같은 이름인 백련사는 고려 때 중건됐으나 조선의 억불정책으로 1539년에 소각됐다. 1557년에 다시 지어졌지만 임진왜란 때 또 불탔다. 그 뒤 정조 3년인 1779년에 대웅전을 중수했고, 추사 김정희가 ‘백련(白蓮)’을 ‘벽련사(碧蓮寺)’로 개칭해 현판을 써서 걸기도 했지만 6·25전쟁 때 대웅전부터 현판까지 다 타버렸다. 지금의 대웅전은 1958년에 중건됐지만 이번 방화로 또다시 무너졌다. 문화재인 내장사터에는 연대를 알 수 없는 탑식으로 된 부도, 뒷쪽 암벽에 새겨진 몽련당 김진민의 석란정(石蘭亭)이라는 글자가 남아 있다.
이곳 내장사에는 조선 후기 범종의 특징을 보여주는 ‘내장사 조선동종’이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49호로 지정돼 전한다. 또한 내장산 앞쪽에서 산봉우리에 이르는 지역에는 천연기념물 제91호인 ‘내장산 굴거리나무 군락'이 있다. 동아시아에 분포하는 굴거리나무는 한자어로 ‘교양목’이라 불린다. 남쪽 해안지대와 제주도를 비롯해 전라도의 내장산·백운산 등 따뜻한 지방에서 자라는데, 내장사 앞 군락지가 굴거리나무 자생의 북쪽 한계지역이라는 학술적 가치가 있어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내장사 대웅전 화재가 진압된 후 문화재청 측 관계자는 “내장사 대웅전은 전소된 것으로 예상되며 화재 확산 방지를 위해 주변 건물 등에 살수작업 병행했다”면서 “다행히 내장사 조선동종과 내장사지, 내장산 굴거리나무군락 등의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조상인 기자 ccsi@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