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의 별세 소식에 돌연 ‘숙환’이라는 단어가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에 올라 화제가 되는 경우가 있다. 부음 기사에 등장한 ‘숙환(宿患·오래 묵은 병)’의 뜻을 몰라 검색한 사람들이 그 정도로 많았다는 뜻이다.
이를 반영하듯 우리 국민의 89%가 언론에 등장하는 말의 의미를 몰라 곤란을 겪은 적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립국어원은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만 20∼69세 성인 남녀 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0년 국민의 언어 의식 조사’ 결과 신문·방송에 나오는 말 중 의미를 몰라 곤란했던 경험이 자주 있다는 응답이 36.3%, 가끔 있다는 응답이 52.7%로 전체 89%의 어려운 용어 때문에 불편을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곤란함을 겪은 말로는 전문용어(53.3%), 어려운 한자어(46.3%), 신조어(43.1%) 순으로 나타났다. 국립국어원 측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전문용어와 어려운 한자어가 다수 사용된 것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에서 사용하는 공공언어에 대해서는 ‘쉽다’고 응답한 사람이 33.4%였고, ‘어렵다’는 응답은 22.9%로 나타났다. 연령이 높고, 학력이 낮을수록 공공언어를 어렵게 여기는 사람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언어의 개선점에 대해서는 ‘복잡하고 길어서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이 50.8%, ‘낯선 한자어 등 어려운 단어 사용’이 48.2%로 집계됐다.
언어 습관에 대해서는 욕설과 비속어를 습관적으로 사용한다는 답변이 늘었다. 응답자들은 국민 10명 가운데 5명이 일상생활에서 욕설이나 비속어를 자주 또는 가끔 사용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욕설을 사용하는 사람이 46.9%, 비속어 사용은 48.1%가 있다는 응답 결과가 나왔다. 반면 욕설이나 비속어를 사용하느냐는 본인에 대한 질문에는 욕설 24.8%, 비속어 30.4%를 사용한다고 응답했다. 특히 욕설과 비속어를 사용하는 이유로 응답자의 32.6%가 기분이 나쁜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라고 답했고, 23.1%는 습관적으로, 22%는 친근감의 표현이라고 답했다. 2005년 1.2%에 불과했던 습관적 욕설·비속어 사용 비율이 2010년 14.7%에서 2020년에는 23.1%까지 급증했다. 이에 대해 국립국어원 측은 “온라인 소통이 일상화된 상황에서 욕설과 비속어가 쉽게 전파되고, 일상적으로 이런 말들을 접하게 되면서 문제의식 없이 습관적으로 욕설과 비속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국민의 언어의식 조사’는 일반 국민의 언어사용 행태와 국어에 대한 관심을 알아보기 위해 2005년부터 5년 주기로 진행된다. 조사결과는 ‘제4차 국어발전기본계획(2022~2026)’수립에도 반영될 예정이다.
/조상인 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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