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연인을 다시 만나게 해주겠다며 접근해 고액을 받아 챙기는 수법의 일명 ‘재회 컨설팅’ 업체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업체들은 컨설팅이라는 명목 아래 의뢰인의 전 연인을 상대로 뒷조사나 미행 등 불법 수단까지 동원하고 있어 또 다른 ‘데이트 폭력’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재회 컨설팅 업체들은 실연의 상처가 가시지 않은 20~30대 젊은 층을 주 타깃으로 삼고 있다. 서울경제 기자가 최근 한 재회 컨설팅 업체에 문의한 결과 10여 분의 심리 상담을 거친 뒤 “우연한 만남을 주선하는 프로그램이 효과가 좋겠다”며 수백만 원에 달하는 프로그램 가입을 제안받았다.
업체가 제안한 프로그램은 4주간 우연을 가장한 실제 만남 1회를 보장하고 의뢰인의 스타일링 변화와 표정·대화 교정이 포함돼 있다. 업체가 제공하는 또 다른 프로그램인 ‘연애 조작’은 업체 측 인력이 헤어진 연인에게 접근해 친분을 쌓은 뒤 의뢰인과의 재회를 주선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막상 재회에 실패해도 대부분의 업체들은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남자 친구에게 갑작스런 이별 통보를 받은 후 깊은 무력감에 빠졌던 30대 직장인 A 씨. 헤어진 남자 친구와 재회하게 해주겠다는 말에 현혹돼 컨설팅 업체에 연락했다. 두 번에 걸쳐 1,000만 원가량의 프로그램을 결제한 A 씨는 전 남자 친구에게 안부 문자 한 통을 받았을 뿐 다시 만나는 데는 실패했다. 헤어진 연인과의 재회를 자신했던 업체는 아무런 금전적 책임도 지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이들 업체가 헤어진 연인의 각종 개인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불법적 수법이 동원된다는 점이다. 업체마다 구체적 방식은 다르지만 통상 의뢰인에게 받은 집·회사 주소, 사진 등 개인 정보를 바탕으로 헤어진 연인의 동선을 파악해 미행하고 우연한 만남을 조장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이 과정에서 의뢰인에게 헤어진 연인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기도 한다. 타인의 개인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서는 당사자의 동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 헤어진 연인의 위치 정보를 공유하며 미행하는 행위 역시 위법 사항이다.
컨설팅 업체뿐 아니라 의뢰인 역시 공범으로 처벌될 수도 있다. 업체에 돈을 지급한 것 자체가 불법행위를 교사한 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권헌영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타인의 개인 정보를 함부로 넘기는 것은 명백한 범죄행위”라며 “우리 사회가 개인 정보 중요성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재회 컨설팅이라고 표방하지만 당사자의 동의 없이 개인 정보를 수집해 미행까지 서슴지 않는다는 점에서 또 다른 데이트 폭력의 유형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컨설팅 업체를 통해 전 남자 친구에게 개인 정보가 유출되는 피해를 입은 20대 여성 B 씨는 “우연히 휴대폰을 주웠다면서 온 연락의 배후에 컨설팅 업체가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면서 “개인 연락처를 모르는 업체가 아는 것도 불쾌할뿐더러 헤어진 남자 친구의 계속된 연락에 적지 않은 고통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허진 기자 hjin@sedaily.com, 강민제 기자 gg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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