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석탄 정책에 속도를 붙이기 위해 원자력·석탄 발전소를 강제로 폐쇄하려던 국회의 움직임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정부와 발전 업계를 중심으로 사업자의 자율성을 지나치게 침해해 위헌 소지가 있다는 문제 제기에 한발 물러난 것인데요. 당정은 정부와 발전 업계의 우려를 반영해 발전소 ‘셧다운’과 같은 강제 조치를 철회하고 사업 전환에 따른 비용을 지원해 자발적 전환을 독려하기로 했습니다.
13일 국회와 관계 부처에 따르면 당정은 ‘에너지 전환 지원에 관한 법률안’의 세부 내용을 놓고 협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에너지전환지원법은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따라 원자력·석탄 발전 사업자의 사업 전환을 유도하고 이를 위해 필요한 기금을 마련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하지만 자율적인 사업 전환을 돕겠다는 입법 취지와 달리 사업자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는 세부 조항을 담고 있어 발전 업계를 중심으로 반발이 거셌습니다.
정부와 발전 업계가 문제 삼은 것은 이미 발급된 발전소 사업 면허를 강제 철폐할 수 있는 조항입니다. 법안 10조는 ‘에너지전환을 위해 불가피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특별히 필요한 경우 발전사업 변경 등 협약 체결에 동의하지 않는 발전사업자에 대해 심의의결을 거쳐 발전사업을 위한 지정을 철회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기획재정부는 법률 검토 보고서를 통해 “발전사업자의 지위 및 시장의 불안정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습니다. 발전 사업자의 전환을 지원한다며 이를 위해 원전·석탄 발전 사업자에 부담금을 걷겠다는 조항도 문제로 꼽혔습니다. 정부 관계자는 “원전·석탄 발전 사업자에게 돈을 걷어놓고 사업 전환을 지원하겠다며 돈을 다시 지급하는 구조가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했습니다.
이런 문제점이 노출되며 당정은 논의 끝에 원안에 담긴 두 조항을 모두 삭제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강제 셧다운’ 조치는 사업자의 자율성을 지나치게 침해해 위헌 소지가 있고 부담금을 부과하는 것 역시 사업자의 자발적인 전환을 지원한다는 입법 취지와 맞지 않다는 정부와 업계의 의견을 수용한 것입니다. 입법 과정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법률이 발의된 뒤 당정이 수차례 회의를 진행했고 두 조항을 빼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며 “일단 원안을 소위에 올린 뒤 (두 조항을) 수정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국회 관계자도 “입법 취지를 고려해 문제가 될 수 있는 조항을 수정하기로 했다”며 “매몰비용 등을 지원해 사업자의 자율적인 전환을 독려하는 안이 법안에 주로 담길 것”이라고 했습니다.
/세종=김우보 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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